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6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성추행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코스비가 자신의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사송에서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는 대신 이 증언으로 기소하지 않겠다는 검사측의 약속이 발견된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로 뽑힌 검사가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약속을 깨고 기소한 것 자체가 원인무효라고 판단했다.
코스비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는지는 하급심에서 이미 확인이 됐지만 그가 기소면제를 조건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했던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은 이날 코스비의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그를 석방토록 했다. 아울러 이 사건을 다시 기소할 수 없도록 했다.
코스비는 템플대 직원이었던 안드레아 콘스탄드라는 여성에게 마약을 먹이고, 성추행한 혐의로 12년인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수일 앞두고 2015년 체포됐다.
시트콤 등에 출연하며 모범적인 아버지, 할아버지 이미지로 포장됐던 코스비는 당시 재판에서 10년형을 선고받고 필라델피아 인근 교도소에서 복역해왔다. 형기 가운데 2년을 넘게 복역했다.
그는 최소 3년 형기는 채워야 가석방이 가능토록 돼 있었다.
당시 재판에서 코스비는 피해자인 콘스탄드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는 대신 10년 복역을 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은 코스비를 기소한 케빈 스틸 검사가 전임자의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전임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코스비가 뒤에 콘스탄드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듯한 증언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전임 검사의 불기소 약속이 문서화된 적이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재판부는 코스비가 나중에 콘스탄드의 민사사송에서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언을 해도 기소하지 않겠다는 전 검사의 결정에 힘입어 증언을 했기 때문에 이 증언을 바탕으로 그를 기소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원 판결을 뒤집고, 이후 추가 기소를 막는 것만이 "선출된 검사와 우리의 사법체제에 대한 사회의 합리적 예상과 현실을 일치시키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83세의 코스비는 한 때 '미국 아빠'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자신의 필라델피아 교외 저택에서 템플대 직원을 마약에 취하게 해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돼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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