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號 1년…성공적 그룹 재건
지난해 자산 71조·매출 23조 달성
금융 입지 다지고 IT·반도체 육성
최근 반도체 대란…몸값 더 뛸듯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룹 재건의 초석을 단단히 다졌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자산 71조·매출 23조 달성
금융 입지 다지고 IT·반도체 육성
최근 반도체 대란…몸값 더 뛸듯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려 6년 만에 다시 대기업 지위를 회복했다. 또 금융계열 의존도가 높은 그룹 매출 구조도 반도체·정보기술(IT)에 역량을 집중해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조직문화도 젊고 빠르게 변화 했다는 게 내외부의 시각이다.
■젊고 빠른 조직문화 변신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창업 이래 50년간 그룹을 이끌던 김준기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했다.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은 한때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0위의 대기업이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이후 수년간 구조정을 겪으며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비금융계열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룹의 외형은 크게 위축됐다. DB는 2017년에 바꾼 이름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DB그룹은 재계 위상이 크게 달려졌다.
DB는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다시 올려 2015년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지 6년 만에 대기업 지위를 회복했다. 2019년 말 금융 부문 포함 자산규모 66조 원, 매출액 21조 원이던 DB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규모 71조 원, 매출액 23조 원으로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1일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DB를 어떤 환경변화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경청하고 소통하는 경영자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회장을 1년간 지켜본 그룹 내부에선 이런 약속들이 대부분 지켜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IT에 역량 집중
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DB금융투자 본사, DB하이텍 공장 등 현장을 부지런히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했다. 비대면 보고나 메신저 보고 등 발 빠른 소통 문화를 도입해 보수적인 그룹의 분위기도 완전히 뒤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DB가 지난 1년간 가장 달라진 점은 의사결정의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은 뒤 2세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특유의 보수적 색채가 사라지고 신속함과 효율성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취임 이후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IT와 제조업의 비중을 늘린 점이다.
DB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한 DB손해보험과 DB금융투자 등의 금융 계열에서 나온다. 그런데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반도체·IT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이 1조 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매각 대신 회사를 뚝심 있게 버틴 김 회장의 판단과 차량용 반도체 등에 쓰이는 8인치(200㎜) 웨이퍼의 품귀라는 시장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탄탄하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20조 원대 매출, 7300억 원대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43% 넘게 성장했다. DB금융투자도 작년 매출 1조5903억 원과 영업익 136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0%, 56%씩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친 DB그룹이 김 회장의 취임 이후 정상화 반열에 올라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금융부문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도체 등의 비중을 늘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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