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DB그룹, 6년만에 대기업 재진입…하이텍 매출 첫 1兆 전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1 17:31

수정 2021.07.01 18:39

김남호號 1년…성공적 그룹 재건
지난해 자산 71조·매출 23조 달성
금융 입지 다지고 IT·반도체 육성
최근 반도체 대란…몸값 더 뛸듯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룹 재건의 초석을 단단히 다졌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려 6년 만에 다시 대기업 지위를 회복했다. 또 금융계열 의존도가 높은 그룹 매출 구조도 반도체·정보기술(IT)에 역량을 집중해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조직문화도 젊고 빠르게 변화 했다는 게 내외부의 시각이다.

■젊고 빠른 조직문화 변신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창업 이래 50년간 그룹을 이끌던 김준기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했다.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은 한때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0위의 대기업이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이후 수년간 구조정을 겪으며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비금융계열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룹의 외형은 크게 위축됐다. DB는 2017년에 바꾼 이름이다.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DB그룹은 재계 위상이 크게 달려졌다.

DB는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다시 올려 2015년 준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지 6년 만에 대기업 지위를 회복했다. 2019년 말 금융 부문 포함 자산규모 66조 원, 매출액 21조 원이던 DB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규모 71조 원, 매출액 23조 원으로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1일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DB를 어떤 환경변화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경청하고 소통하는 경영자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회장을 1년간 지켜본 그룹 내부에선 이런 약속들이 대부분 지켜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IT에 역량 집중

김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DB금융투자 본사, DB하이텍 공장 등 현장을 부지런히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했다. 비대면 보고나 메신저 보고 등 발 빠른 소통 문화를 도입해 보수적인 그룹의 분위기도 완전히 뒤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DB가 지난 1년간 가장 달라진 점은 의사결정의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은 뒤 2세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특유의 보수적 색채가 사라지고 신속함과 효율성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취임 이후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IT와 제조업의 비중을 늘린 점이다.

DB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한 DB손해보험과 DB금융투자 등의 금융 계열에서 나온다. 그런데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반도체·IT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이 1조 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매각 대신 회사를 뚝심 있게 버틴 김 회장의 판단과 차량용 반도체 등에 쓰이는 8인치(200㎜) 웨이퍼의 품귀라는 시장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탄탄하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20조 원대 매출, 7300억 원대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43% 넘게 성장했다. DB금융투자도 작년 매출 1조5903억 원과 영업익 136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0%, 56%씩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친 DB그룹이 김 회장의 취임 이후 정상화 반열에 올라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금융부문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도체 등의 비중을 늘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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