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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게임과 메타버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3 08:20

수정 2021.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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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어떤 사건, 혹은 사회적 현상이 얼마만큼 뜨거운 이슈인지 가늠하는 국회만의 잣대가 있다. 대표적인 기준은 관련 내용의 법안 발의 숫자다. 나머지 하나는 그 주제로 개최되는 토론회의 빈도수이다. 트렌디한 아이템이라거나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는 주제가 생기면 의원실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관련 토론회들을 주최한다. 비트 코인 광풍이 불기 시작했던 2~3년 전 당시에는 가상화폐를 주제로, 스포츠 선수들의 폭력 문제가 불거졌을땐 스포츠 폭력 근절을 화두로, 그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4차산업혁명에 대한 담론까지 여러 이슈들이 ‘국회 토론회 트렌드’를 점령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최근 들어서는 국회에서 ‘메타버스’ 주제의 토론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사실, 굳이 국회 토론회 트렌드를 설명할 것도 없다. 과장 한 스푼 섞어 말하자면, 요즘 어느 자리를 가도 메타버스가 화두로 자주 오른다.
가상의 공간과 현실 생활이 어떤 방식으로 접목되고 있는지, 미래엔 어떻게 융합될 것인지 장밋빛 미래가 그려진다. 그런데 가만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많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게임에서 했던 플레이들인데??’
블리자드사의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예로 들어보자. 한 유저가 있다. 그는 게임 캐릭터로 ‘주문각인’이라는 전문기술을 익히고, 숙련도를 올려 ‘다크문 카드’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카드 한 벌을 경매장에 팔아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는 다른 유저가 제작·판매하는 속칭 ‘호토바이’라는 이동 수단을 산다. 호토바이 제작자는 그 수익으로 또다른 누군가의 아이템을 구매한다. 즉, 게임내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펄어비스의 자회사로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CCP게임즈가 제작한 ‘이브 온라인’이라는 게임도 좋은 예다. 특이하게도 게임사에서 경제 관리 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고, 여기에는 여러 명의 경제학자들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부서는 게임내 물가와 통화량조절, 자금 흐름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데, 높은 전문성 덕에 게임내 경제 시스템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거의 20년째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서도 게임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십 년 전 게임들도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넘어 일종의 역할극에 가깝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던 ‘울티마 온라인’과 ‘에버퀘스트’도 가상의 게임 공간에서 현실에 가깝게 생활 할 수 있었다.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87년에 제작된 ‘넷핵’같은 게임도 자유도가 높았다.

리니지2M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2M 이미지. 엔씨소프트 제공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 게임에서도 메타버스를 찾아볼 수 있다. 게임내 권력 집단 유저들의 독재, 이에 항거한 일반 유저들의 민중 봉기, 혁명 집단의 권력화, 내분, 분열 등 왠만한 실제 역사를 능가하는 서사인 ‘바츠 해방 전쟁’을 남긴 ‘리니지2’, 전투가 아닌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초창기 시절의 ‘마비노기’등이 그것이다.

긴 분량을 할애해서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를 설명한 이유가 있다. 메타버스는 빅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메타버스는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생활 가까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는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그 무언가’로 포장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타버스주가 각광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는 공동으로 메타버스 전담 조직까지 만들었다.

걱정된다. 실체가 없거나 과하게 포장된 사업에 예산이 편성되면 소위 ‘꾼’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꾼’들은 그럴듯한 사업으로 예산을 배정받지만, 성과는 정부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기 일쑤다. ‘메타버스 정부’추진 사업이 그렇게 끝나지 않길 바란다.

한동안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자.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된다. 가상의 세계가 현실의 삶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자연스럽게 도래할 것이다. 99년 출간된, 지금은 ‘팔란티어’라는 제목으로 바뀐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가상현실 게임를 주제로 가상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라이트노벨 원작의 유명 애니메이션도 있다. 이 역시 현실의 삶을 가상의 세계에서 대체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들 이야기가 소설과 애니메이션이 아닌 현실로 가까워져 올 때, 그때 메타버스 지원사업과 예산편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도 된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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