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부겸 총리가 2일 대국민 담화에서 민주노총에 대규모 집회 철회를 요청했다. 민노총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노조원 약 1만명이 참가하는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김 총리는 담화에서 "지금 수도권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19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담화문 발표에 앞서 김 총리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민노총을 직접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민노총 집회는 철회가 마땅하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하루 800명선을 넘어섰다. 그것도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인다. 김 총리는 담화에서 영국과 이스라엘 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방역을 완화한 뒤 하루 확진자가 2만8000명까지 급증했다. 백신 접종율 1위로 마스크를 벗었던 이스라엘은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 마당에 대규모 집회는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집회의 목적도 그리 긴박해 보이지 않는다. 민노총은 중대재해 비상조치 시행,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구조조정 저지, 노동법 전면개정을 내세웠다. 이들 노동이슈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꼭 7월3일 장외 집회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민노총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물론 정부 잘못도 있다. 이달부터 백신 접종자의 경우 실외 노마스크를 허용하는 등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풀기로 한 결정은 성급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서울 등 지자체는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연장선상에서 서울시는 민노총에 집회금지를 통보했고, 경찰청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를 두고 민노총이 정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왜 떠넘기느냐는 식으로 항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사 정부 방역에 허점이 있더라도 지금으로선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게 최선이다.
민노총은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크다. 코로나 방역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여론이 민노총을 곱게 볼 리가 없다. 김 총리는 "나의 권리와 자유가 아무리 중요해도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면서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노총의 집회 철회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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