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타이과기, 자회사를 통해 983억원에 영국 반도체 업체 인수
- 중국 매체 "원타이과기가 자동차 산업에서 강한 목소리 낼 것"
- 중국 매체 "원타이과기가 자동차 산업에서 강한 목소리 낼 것"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기업이 영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천명하고 중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규모 자원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4일 제일재경 등 중국매체와 CNBC에 따르면 중국 원타이과기의 자회사인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중국명 안시반도체)가 6300만파운드(약 983억원)에 NWF를 인수하는 계약을 다음 주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페리아는 원타이과기가 98.2% 지분을 갖고 있다.
영국 웨일스 남부 뉴포트에 자리 잡은 비공개회사인 NWF는 1982년 설립됐다. 영국에서 몇 안 되는 반도체 기업 중 하나다. NWF는 자동차 산업의 파워서플라이 애플리케이션에 주로 쓰는 실리콘 칩을 제조하고 있다. NWF는 또 보다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복합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넥스페리아 대변인은 “NWF, 웨일스 자치정부와 NWF의 미래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계약에서는 NWF의 지배주주인 드루 넬슨 최고경영자(CEO)가 복합 반도체 부분을 분할해 가져가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넬슨 CEO는 뉴포트 웨이퍼 팹 이름 사용도 허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당수 중국 반도체 회사가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서 단절된 상태다. 반면 대만의 TSMC, 한국 삼성전자 등은 여전히 첨단 기술을 수입해 칩 제조 공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는 상대적으로 후진 기술을 사용해 성숙한 노드에서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해외 인수 활동을 확장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중국 매체는 주장했다.
원타이과기가 2019년 268억위안(약 4조7000억원)을 들여 넥스페리아를 인수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넥스페리아 지분 80%를 갖고 있던 원타이과기는 지난해 주주 4명으로부터 63억3000만위안에 추가로 인수한 뒤 지분을 98.2%까지 늘렸다.
당시 중국 매체는 이로써 원타기 과기가 3세대 반도체 기술로 꼽히는 세계 최고 질화갈륨(GaN)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3세대 반도체는 GaN, 탄화규소(SiC) 등 화합물 반도체 소재로 만든 전력반도체를 가리킨다. 소재 특성상 고열과 고전압에 강하고 부품 경량화에 효율적이라는 강점이 있어 전기차나 5G 통신장비 부품에 주로 쓰인다.
원타이과기는 1990년 장쉐정이 짝퉁 메인보드 생산을 시작하면서 창업했다. 이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원설계 제조사로 성장시켰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이 원타이과기의 고객이다. 지난해 원타이과기의 수입은 519억위안으로 전년대비 24.4% 증가했다. 이익은 92.7% 늘어난 24억1000만위안으로 기록됐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17일 향후 12~15개월 동안 유럽의 웨이퍼 공장, 아시아 테스트 공장, 글로벌 연구개발(R&D)에 7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제일재경은 “원타이과기는 올해 차량용 실리콘 인증 테스트를 거쳐 양산을 완료했고 GaN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FET) 제품군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선보일 것”이라며 “NWF 인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원타이과기는 자동차 산업에서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에서는 중국 자본에 자국 반도체 기업을 넘기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 내 중국연구그룹의 대표이자 하원 외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은 기업부에 보낸 서한에서 “200mm 실리콘과 반도체 기술 개발·가공 설비에 있어 영국의 리딩업체가 중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심각한 경제 및 국가안보 우려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영국 정부가 지난 4월 도입한 국가안보 및 투자법을 토대로 이번 인수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20일까지 중국 반도체 기업 534곳이 1536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5억달러 초과 기업은 46개로 8.6%에 불과했지만 총 융자액은 992억달러로 64.6%를 차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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