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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살고 싶다”···8년 전 공군 女중사 판박이 사건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5 05:00

수정 2021.07.05 09:51

지난 2013년 소령이 대위 성추행, 업무상 가해
가해자 1심서 집행유예, 여론 밀려 2심 징역 2년
오 대위 아버지 “세 번째 피해자는 안 나와야 한다”
사진=지난 3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지난 3일 JTBC 보도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군이 성군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하는 태도는 8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 했다. 선임으로부터 입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공군 부사관 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8년 전 육군에서 유사한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군을 향한 비판이 가속화되고 있다. 피해자 아버지는 되풀이된 비극에 울분을 토했다.

지난 3일 JTBC 보도에는 2013년 극단적 선택을 한 오모 대위 아버지의 음성이 담겼다. 최근 벌어진 이 중사 사망 이후 부랴부랴 진행되는 국방부 처사를 향한 비판이었다.


오 대위 아버지는 “어찌 그리 똑같은지, 하나도 안 틀리고. 그때 국방장관께서 그런 일 두번 다시 안 일어나기로 (약속)했다”라며 “왜 똑같은 사건이 그대로 일어났냐 이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세 번째 (피해자는) 진짜 안 나와야 한다. 몇 년 후에 이런 일이 또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말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오 대위에 이어 공군 이모 중사까지 이어지는 참담함 죽음에 그는 “두번 다시는 대한민국 여군들에게 이런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대위는 지난 2013년 10월 강원도 화천 육군 15사단에서 직속상관인 노모 소령의 성적 요구, 거절 후 업무상 가해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쳤다. 유족 등의 증언에 따르면, 노 소령은 오 대위를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적 요구를 거부당하면 보복성 야간 근무를 강제했다. 심지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돼서 추가 업무를 시킨 탓에 오 대위가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근무를 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사진=뉴스1
지난달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사진=뉴스1
오 대위 역시 이 중사와 마찬가지로 군인 남자친구와 결혼은 앞두고 있었다. 능력도 인정받아 몇 차례 수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오 대위는 전입 10개월 만에 차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는 “죽기 싫다”, “살고 싶다”는 오 대위 흐느낌이 고스란히 담겼다. 누구보다 삶과 군 생활에 대한 의지가 컸던 오 대위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 대위 죽음 이후 당시 1심 보통군사법원은 노 소령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 후 비판 여론이 커지자 2심에서 성폭력과 업무상 가해 등이 오 대위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 선고가 떨어졌다.

딸을 잃은 후 오 대위 아버지는 세상을 등진 채 산속에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만에 딸과 유사한 피해를 당한 후 목숨을 잃은 이 중사 사건을 접한 그는 오열하며 “방송할 때만 잘해준다고 한다”며 “그러니까 국방부를 못 믿겠다는 거다.
이번 기회에 외부 민간 기구를 만들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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