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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면대응 행보 빨라지는 中, 내외부 동시 '고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5 15:30

수정 2021.07.05 17:23

- 디디추싱 등 4곳, 인터넷 안보 검사
- 전랑외교 재등장·군사력 강화 포착
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 홈페이지 캡처. /사진=뉴시스
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 홈페이지 캡처.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에 정면 대응을 선포한 이후 중국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에 대해 잇따라 안보심사에 착수하고 우호국과 결집해 미국의 인권문제 비판에 나섰다.

내부단속은 강화하고 전랑(늑대전사) 외교는 재등장하는 모양새다. 군사력 강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5일 펑파이와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사이버 감독 사령탑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이날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을 위해 원만만, 훠처방, BOSS즈핀의 인터넷 안보를 심사한다고 밝혔다.

원만만과 훠처방은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1~2위 업체로 알려져 있다. BOSS즈핀은 중국 최대 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안보심사에 나선 기업은 지난 2일 공지된 디디추싱에 이어 4개로 늘었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이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에 대해선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해 개인정보를 수입했다며 중국 내 모든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고 전날 명령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도로 현황과 지형지물 등을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초정밀 지리 정보를 다루는 모빌리티 업체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인터넷판정보판공실은 일반도로 현황과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 교통량, 차량 번호판, 각종 음성, 주변 사람 얼굴 등을 중요 데이터로 규정하고 외부로 가져가려면 인터넷 당국의 평가를 받도록 했다. BOSS즈핀은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중국 대부분 기업의 규모나 채용 상황, 경영 현황 등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들 기업 4곳의 또 다른 비슷한 점은 모두 최근에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디디추싱은 공산당 100주년 하루 전 뉴욕 주식시장에 40억3000만달러(약 4조56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시작했고 BOSS즈핀도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원만만과 훠처방 역시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된 만방집단이 운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는 미국 증시 상장 직후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들의 보유 정보가 미국 증권당국에게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디디추싱의 경우 미 증시 상장을 위해 정보를 통째로 넘겼다는 소문도 돌았다.

줘샤오둥 중국정보안보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남방주말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작년 6월 인터넷 안보 심사 방법‘을 시행하고 나서 특정기업을 상대로 실제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주요 데이터와 개인 정보가 나라 밖으로 나갔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증시 상장을 당국의 간섭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보험’ 수단으로 중국 정부가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미 증시는 미국 증권감독국의 규제를 받으므로 중국이나 홍콩 증시보다 중국 당국의 손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다.

시 주석이 100주년 행사에서 강대강 맞대응을 선언한 상황에서 미 증시에 상장하는 것 자체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미중 신냉전 본격화 이후 중국은 자국의 유망한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국의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주요 통신은 “이번 소식은 디디추싱의 기업공개(IPO) 직후일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직후에 나왔다”면서 “발표 시점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외교적인 강공도 펼치고 있다. 유엔주재 중국 제네바사무처는 미국 중심 서방국가의 대중국 경제에 맞서 북한, 벨라루스, 이란, 시리아 대표단과 화상회의를 열고 미국 이민자 수용소에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는 시 주석의 발언 하루 후인 지난 2일 열렸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비판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제47차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선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을 구실로 내세워 타국을 비방·모독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자국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3일 베이징 칭화대에서 열린 제9회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지난달 초 중국이미지 개선을 주문하면서 전랑외교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 이후 결국 지나친 확대 해석이 된 셈이다.

군사력 강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일 전문가 견해를 인용, “중국 조선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다수의 군함이 취역했다”면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군함이 취역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올해 상반기 취역한 군함은 052D형 구축함인 쑤저우함·화이난함·난닝함, 055형 대형구축함 라사함·다롄함, 075형 상륙강습함 하이난함, 091V형 핵탄도미사일 잠수함 창정 18호 등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창당 100주년 반나절 전 중국이 서부 사막 지역에 119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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