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과 대화 도중 나치 독일 지도자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히틀러가 "좋은 일을 많이 했다(did a lot of good things)"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인 마이클 벤더는 '솔직히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Frankly, We Did Win This Election): 트럼프가 어떻게 패배했는지 내부 이야기'라는 새 책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선거조작이 있었다는 음모론을 펼치며 자신이 실제로는 선거에서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6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의사당 폭동의 발판이 됐던 주장이기도 하다.
벤더는 트럼프가 세계1차 대전 종전 100년을 맞아 2018년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자리에 함께 했던 미 예비역 해병 장군에 따르면 트럼프의 말을 들은 켈리는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벤더는 해병대 퇴역 장군의 말을 전하면서 켈리 실장이 "대통령에게 당시 갈등기간 어떤 나라들이 한 편이었는지를 상기시켰다"면서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히틀러의 모든 잔학한 행위들에 대해서도 트럼프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은 반박했다.
리즈 해링턴 트럼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는 완전한 거짓"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는 가짜뉴스로 아마도 경쟁에서 뒤처져 해고된 장군이 만들어낸 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벤더는 익명의 이 제보자의 말을 통해 트럼프측 반박을 재반박했다.
이 퇴역 장군에 따르면 켈리는 "대통령에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그 충고를 무시했다"면서 트럼프가 당시 독일이 1930년대 히틀러 치하에서 경제회복을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벤더는 "켈리가 다시 밀어 붙여 독일인들은 나치의 인종학살이 없었다면 가난에서 더 빨리 탈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켈리가 트럼프에게 그의 주장처럼 설사 1933년 독일이 나치 치하에서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해도 "결코 아돌프 히틀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는 종전 100주년 기념을 위한 유럽 순방길에서 이전 서방 정상들과 갈등을 빚은 것보다도 더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미군 전사자들이 묻힌 묘역 참배도 취소했고, 전사자들을 '패배자(losers)' '얼간이들(suckers)'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켈리의 아들도 2010년 아프가니스탄 에서 전사했다. 이후 켈리는 2019년 초 백악관을 떠났고, 이후 트럼프에 비판적이다.
켈리는 친구들에게 트럼프를 "내 일생 만나 본 가장 결함 많은 인물"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보도도 나왔다.
벤더는 책에서 켈리가 트럼프의 '너무도 충격적인 역사에 대한 불경'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노예제, 짐 크로, 또는 흑인들이 남북전쟁 이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해 트럼프가 거의 무지하다고 묘사했다"고 말했다.
벤더는 흑인 역사에 대한 트럼프의 무지는 어떤 인종이건, 종교건, 또는 신념이건 간에 트럼프가 무관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에도, 그 이전과 이후에도 줄곧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TV 토론에서도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 단체를 비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답변에 고심했고, 결국 극우 '프라우드보이스'에 "물러서 대기하라(stand back and stand by)"는 말로 답을 얼버무힌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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