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내달 1일까지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이어져온 제국주의의 역사의 궤적 중 신대륙 개척은 다른 침략의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 북미와 남반구의 몇몇 국가들이 자신들의 찬란한 역사의 시작을 200여년 전부터로 추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학살당하고 비옥한 동부의 땅을 벗어나 황량한 서부로 향했다.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조상인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과 남태평양의 원주민들도 유럽인이 금광 개척과 죄수들을 가두기 위해 상륙한 18세기 말부터 비옥했던 해안가의 땅을 떠나 사막으로 가득한 내륙으로 점점 밀려 들어왔다.
자신의 기원에 대해 늘 궁금해하던 작가는 이번에 첫선을 신작에선 부모와 조상의 시대를 넘어 우주의 근원까지 파헤친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풀로 만든 볼록한 원형의 점 사이를 검은색으로 채웠는데 모든 빛을 흡수해버릴 것 같은 검은색의 여백을 바라보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역사는 무엇인지, 또한 시공간을 넘어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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