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배고파 치킨 먹고 다시 때렸다”···전과 8범 구조단장, 징역 18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9 07:22

수정 2021.07.09 07:22

가해자, 12시간 폭행 뒤 피해자 방치한 채 떠나
재판부 “살인의 고의 충분히 인정된다”
유족들 “선고 이해 못 해..이게 무기징역이 아닌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경남 김해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 직원을 마구 때려 사망케 한 40대 구조단장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가 치킨을 시켜 먹은 뒤 허기지다며 재차 폭행을 가한 사실이 새롭게 공개됐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구조단장 A씨(43)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1시경 김해에 위치한 한 사설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 B씨(44)를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피해자는 12시간에 걸쳐 이 고통을 견뎌야 했다.

피해자는 결국 거동조차 못하는 상태가 돼 쓰러졌다. 하지만 A씨는 어떤 구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B씨를 차디찬 사무실 바닥에 방치했다. 이 탓에 B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경 숨을 거뒀다.

당초 경찰은 A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높은 수준의 폭력과 감시로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 있던 B씨를 약 12시간 동안 전신을 구타해 살인했다”며 “폭력의 정도, 반복성, 시간에 비춰보면 범행 수법이 매우 대담하고 잔인하다”고 질책했다. 또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며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요청하고 있어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는 당일 식사도 못 한 채 폭행을 당해 탈수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피고인은 배가 고프다며 치킨을 시켜 그 앞에서 먹고 다시 체력을 보충해 때렸다”며 “특히 피고인은 응급구조이송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8차례 폭력 전과 사실도 드러났다.

징역 18년이 나왔지만, 가족을 허망하게 보낸 슬픔에 대한 대가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유족들은 생각보다 적은 형량이 나왔다고 흐느끼며 분개했다.

숨진 B씨 여동생은 “12시간 넘게 사람을 가혹하게 때렸는데 어떻게 18년이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때리는 도중에 치킨까지 시켜 먹었는데 이게 무기징역이 아니면 뭐가 무기징역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숨진 오빠는 폭행당하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고 아버지도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지난 5월 돌아가셨다”며 “너무 억울해서 끝까지 항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폭행이 일어나기 전날 B씨가 낸 차 사고에 A씨가 분개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폭행 현장을 녹음한 음성 파일에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돼”, “사람대접 해줄 값어치도 없어”라는 폭언이 담겼다.
이후 B씨를 무차별 폭행한 A씨는 “막아?”, “또 연기하네”, “일어나” 등 공포 분위기를 이어갔다.

폭행 이후 A씨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B씨를 사무실 바닥에 내버려뒀고, 다음 날에야 찾아 구급차에 태워 보냈지만 이미 B씨는 의식이 희미한 상태였다.
그리고 끝내 숨을 거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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