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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쫓아가 “너 신고할거지? 신고해봐” 협박도 했다 [공군 부사관 중간수사 결과]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9 16:54

수정 2021.07.10 03:17

3월 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발생
장 중사, 차량에서 성추행 후
피해자 쫓아가 언어폭력까지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7월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7월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너 신고할거지? 신고해봐"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는 지난 3월 2일 차량에서 내린 피해자 이 중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3월 4일 문자를 통해서는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피해자를 협박했다.

■ 상관 주도 '방역 지침 위반' 회식 후 귀가하던 차량에서 성추행 발생
국방부가 8일 발표한 공군 부사관 성폭력·사망 사건 중간수사 결과 장 중사가 이 중사를 성추행하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지난 3월 2일 노 상사 주도로 이뤄진 회식 후 숙소로 복귀하는 차량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차량 안에는 운전자 문 하사, 조수석에 앉은 민간인이 타고 있었다.

이 중사는 운전석 뒤에, 장 중사는 뒷줄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장 중사 옆인 조수석 뒷자리에는 노 상사가 탑승해 이동했다.

노 상사와 민간인이 중도에 하차한 후 장 중사는 이 중사의 거부에도 강제적·반복적으로 성추행했다. 유가족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성폭행에 가까운 수치스러운 범죄행위"라고 본다. 실제로 이 중사는 약 3개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차량에서 내린 피해자 쫓아가 신고 못하도록 협박
장 중사의 '폭력'은 계속됐다. 장 중사는 차량에서 내린 피해자를 뒤따라가 "너 신고할거지? 신고해봐"라고 위압했다. 이후 문자를 통해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6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6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너도 다칠 수 있다" 피해자 회유에 늑장 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이어졌다. 소속반 상관인 노 준위와 노 상사는 이 중사와 이 중사 남편에게 사건 무마를 회유했다.
노 준위는 사건 다음 날인 3월 3일 오전 11시께 피해자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노 준위는 신고·보고하지 않았다. 관리 책임을 피하고 방역 지침을 위반한 '회식 자리'로 징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오히려 노 준위는 이 중사에게 "다른 사람 처벌도 불가피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다 피해가 간다"며 "너도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것이다.

문제의 회식 자리를 주도한 노 상사는 3월 3일 오전 10시께 이 중사에게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냐"고 말했다. 5인 이상의 회식을 주도한 '방역지침 위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노 상사는 지침 위반으로 처벌이 두려워 이 중사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사건 은폐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노 준위는 3일 오후 10시께 대대장에게 사건을 '늑장 보고' 했다.

불과 이틀 만에 강제추행, 보복협박, 면담강요가 이뤄진 것이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상사가 6월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상사가 6월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3명은 모두 구속 기소된 상태다. 다만 입건된 피의자 22명 중 이들 3명만 구속 기소됐다.
장 중사는 '군인등강제추행치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보복협박 등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21일 구속 기소됐다.

노 준위와 노 상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보복협박', '면담강요'의 혐의로 지난 6월 30일 구속 기소됐다.

특히 노 준위는 이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7월 부서 회식 도중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타 부서 소속 윤 준위는 2019년 4월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형사 처벌은 시작도 안 돼··· 유가족 "수사 의지 있는건가"
피해자 이 중사는 지난 5월 18일 20비행단에서 15비행단으로 전속했다. 이 중사는 지난 5월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129일째 사건을 수사·조사 중이다.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유가족은 '국방부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유족의 입장'을 내고 "그동안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엄정한 수사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아직도 그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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