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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中반도체 상징' 칭화유니 결국 파산 구조조정 신청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1 13:32

수정 2021.07.11 13:53

- 중국 정부 등에 업은 무분별·공격적 확장이 '발목'
- 칭화유니, 메모리·설계 ·정보서비스 등 3개로 쪼개질 가능성도
칭화유니 파산 구조조정 공지. 신랑재경 캡쳐
칭화유니 파산 구조조정 공지. 신랑재경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쯔광)그룹 채권단이 결국 법원에 칭화유니에 대한 파산 구조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칭화유니가 한 때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반도체 육성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됐다.

■채권은행, 구조조정 타당성有
11일 중국증권보와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으며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구조조정의 가치와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내용의 파산 구조조정 신청서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칭화유니는 지난 9일 이런 내용의 통지를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칭화유니는 “채권자가 파산 구조조정신청을 했다고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인 생산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그룹 계열의 각종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산 구조조정은 사법 절차를 통해 채권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상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기업 운영 가치, 직원 안정성,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칭화유니는 법원이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그룹이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칭화유니는 “적극적으로 법원에 협력하고 부채 위험 해결을 추진하며 채권자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칭화대학(지분 51%)과 베이징첸쿤투자(49%)가 1988년 설립한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학교에서 분리된 후 중국 국무원이 실제 경영권을 맡은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평가된다.

칭화유니는 지난 2016년 창장메모리(YMTC)를 설립한 뒤 우한신신반도체제조(XMC)를 합병해 중국산 낸드플래시 IDM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IDM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판매·유통까지 모두 운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XMC는 2018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칭화유니는 같은 해 문을 연 디램 IDM기업인 허페이창신반도체(CXMC)와 함께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칭화유니그룹
칭화유니그룹

■무분별 확장이 잡은 '발목'
또 칭와유니는 낸드플래시와 디램을 모두 생산하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쯔광난징, 쯔광청두, 츠광충징 등 메모리 반도체 IDM 회사 3곳도 각 지방정부와 합작 설립했다.

반도체 설계업체 쯔광궈신, 핸드폰 반도체 업체 쯔광전레이, 정보통신(IT)서비스 업체 쯔광구펀도 칭화유니 계열사다. 칭화유니는 프랑스 스마트칩 업체 랑셍, 휴렉팩커드, 웨스턴디지털, 스프레드트럼 등 서방기업과 대대적인 인수합병(M&A)도 진행했다.

2019년 말 기준 칭화유니그룹의 총 자산은 3000억위안(약 53조원)에 달한다고 중국증권보는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와 무분별한 확장이 오히려 칭화유니의 발목을 잡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반도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이익을 얻지 못한데다, 정부의 지원도 한계에 이르면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의 지난달 30일 공시를 보면 16쯔광01, 17쯔광03 등 칭화유니의 중국 본토 안팎의 계열사 10여 곳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당장 지난 4월 말에 만기가 도래한 칭화유니 부채는 70억1800만위안(약 1조2418억원)이다. 다국적 채무 전문 통신사 데트와이어는 칭화유니의 채무를 2020년 6월 기준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칭화유니의 파산 구조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회사는 살아나겠으나 경영진은 물러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칭화유니가 메모리반도체와 반도체설계, 정보서비스 등 3개로 분리될 수도 있다.

SV인베스트먼트 고영화 고문은 “메모리 이외 부분을 매각하고 상장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중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칭화그룹은 “채무 리스크 해소 작업에 들어갔고 채권자와 적극적으로 의사를 소통할 것”이라면서 추가 내용이 나오면 적절한 시기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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