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는 판매 포기하고
손보사는 최종심사 까다롭게
손해율 높아 팔면 팔수록 적자
올해 보험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4세대 실손보험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지만, 실제 가입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의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했고, 몇몇 생명보험사들은 판매를 최대한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보험사들은 아예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손보사는 최종심사 까다롭게
손해율 높아 팔면 팔수록 적자
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결정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로인한 손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거나, 해당 상품 출시를 늦추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경우 보험계약시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심사 과정인 '언더라이팅'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한다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지난달까지는 100만원 이하가 기준이었는데 이를 높인 것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5월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이 넘으면 실손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마련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최근 2년 이내에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를 실손보험 가입 요건으로 두고 있다.
생보사들이 판매하는 4세대 실손보험은 이달 중이나 다음달 초나 돼야 가입이 가능하다.
생보사중에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오는 20일에 4세대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흥국생명도 이달 중이나 다음달 초나 돼야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해 언더라이팅 강화나 판매지연을 하는 것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기 때문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의 위험손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32.6%로 130%를 상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병원이용 감소 등으로 2020년 1·4분기에는 120%대로 손해율이 낮아졌지만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발생손해액은 올해 1·4분기 기준 2조 7290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전인 전년 동기 2조 5577억원 대비 오히려 증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대표적인 적자상품이므로 보험사들이 지난해부터 실손보험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할증은 3년 후에나 적용되므로 현재 심각한 손해율 개선에는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강화는 다른 보험사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의 가입을 받지 않게 되면 언더라이팅을 강화하지 않은 다른 보험사로 넘어가게 된다"며 "하지만 이 보험사들도 손해가 발생하면 언더라이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4세대 보험으로 갈아타려면 가입조건에 해당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사들은 일부 가입자로 인해 다수의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제 손해가 많이 나는 실손보험은 주로 1, 2세대이고 약 20%의 가입자가 손해율을 높이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해 소수의 가입자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불이익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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