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에 닫힌 취업문… "사원줄 대신 알바 명찰 답니다" [2030 코로나세대]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1 18:10

수정 2021.07.11 18:10

<上> 청년 고용, 장기대안 필요하다
음식배달·건설현장 노동 같은
단순노무직 일자리만 넘치자
작년 청년 31만명 구직 포기
첫 취업 1년 늦어질수록
10년간 임금 연평균 4~8% 낮아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 지 1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는 모두에게 충격이었으나 피해는 불평등했다. 기업은 고용을 줄였고,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았다. 정규직은 그나마 고용을 유지했으나 임시직은 직장을 잃었다. 수출업은 물건을 실을 배도 못 구할 정도의 호황이었으나 대면서비스업에는 지옥과 가까웠다. 이 중 2030세대 청년은 가장 큰 피해계층이다.
미취업 청년들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됐다. 청년은 청운의 꿈 대신 정신의학과 문을 찾았다. 피해는 항구적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과거 선배들이 'IMF 세대' '금융위기 세대'로 불린 것처럼 '코로나 세대'로 호명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030 코로나 세대가 온다'를 3회 연재해 현재 청년세대를 진단한다.

서울에 거주하던 취준생 김모씨(31)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고향인 대구로 귀향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기업이 신규 고용을 급격히 줄이자 면접 문턱에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인근 동사무소에서 백신 접종 예약업무를 맡으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준비하던 은행 면접에서 계속 낙방했다"며 "평생 아르바이트만 하고 살 수 없는 노릇이라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취업 기회를 놓친 청년들의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다. 기업의 채용문턱은 낮아져 장기실업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취업을 하는 청년들은 다수가 임시직에 종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IMF(외환위기), 금융위기 세대처럼 '코로나 세대'가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구직단념자 절반 2030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안에 구직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취업 가능성이 있는데도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구직단념자'는 지난해에만 60만5200명으로 2019년 53만3000명 대비 13.6%(7만26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구직단념자 중에는 청년층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대는 35.0%(21만2000명), 30대 16.2%(9만7900명)를 기록해 전체 구직단념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직접일자리를 통해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요구하는 일자리와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커지고 있다. 구직을 단념한 이유로 20대의 경우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가 33.9%로 구직단념의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30대도 36.2%가 같은 사유를 구직단념의 이유라고 응답했다. 그나마 취업을 하는 청년들의 고용의 질도 낮다. 지난 4월 청년 취업자는 17만9000명이 늘었다. 2000년 8월 이후 20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그러나 이 중 12만5000명이 임시직 근로자였다. 임시직 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은 넘지만 1년은 안 되는 근로자로, 아르바이트가 대표적이다. 전체 증가폭의 70%를 차지한다. 직업별로 보면 단순노무직이 9만9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음식 배달원이나 건설현장 노동자처럼 단순 일자리가 늘어난 일자리 중 상당수라는 얘기다.

■"청년정책, 양적 지원으로 해결 안돼"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는 사라질 수 있지만 상흔은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에 따르면 첫 취업이 1년 늦을 경우 같은 연령의 근로자에 비해 향후 10년 동안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진다고 추정했다. 실제 앞서 겪었던 IMF·금융위기 세대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청년층 고용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피해도 최소 1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1조8000억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16만4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실업자 채용진작 등을 통해 40만명 이상 지원한다. 아울러 청년들의 각종 자격증시험에 최대 70만원씩 현금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자리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중 70% 이상이 정부 재정을 동원해 만든 직접일자리로 또다시 임시직을 양성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에서도 따끔한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미취업 청년의 특징 분석과 맞춤형 청년 고용 정책 제안' 보고서에서 "고용상황의 회복력·활력도·안정성 모두 20대가 가장 열악하고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 원인은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취업 문제는 일회적인 재정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과거 경제위기 세대처럼 장기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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