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너는 고생하세요' 양육비 미지급자의 조롱...법으로 막기 힘들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2 17:01

수정 2021.07.12 17:01

13일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 시행 
"'송달' 해결 없이는 문제해결 어려워"
전 남편과 김화영씨 사이 나눈 문자 내용. 사진= 김화영씨 제공.
전 남편과 김화영씨 사이 나눈 문자 내용. 사진= 김화영씨 제공.
[파이낸셜뉴스] #. 김화영씨(41·가명)는 직업이 2개다. 사회복지사인 화영씨는 본 업무가 끝나면 다시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주말도 없다. 이틀 모두 편의점에서 일한다. 중간에 대타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으면 바로 나간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늘 오후 11시가 넘는다. 화영씨는 “아이들은 커가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들을 충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화영씨는 10년 째 이런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쉴 틈 없는 삶은 지난 2011년 이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전 남편 A씨가 아이 1인당 25만원씩 매달 ‘양육비’를 주라고 판결했지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탓이다. 처음 한두 달은 30만원씩 보내줬다. 그 이후엔 감감 무소식이다. A씨는 화영씨의 연락처마저 차단했다. 지금까지 미지급된 양육비는 4700여만원이다.
결국 선택은 ‘배드파더스’였다. 신상이 공개된 뒤에야 A씨와 그의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화영씨는 A씨에게 “(양육비) 증액은 안 할 테니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의무이행을 해달라”고 말했다. 돌아온 답변은 ‘조롱’이었다. “나 여기서 행복한 가정 꾸릴테니 너는 불철주야 X뺑이 치세요.”였다. A씨는 화영씨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문자를 보냈다. 그의 부모들은 1500만원으로 합의하자며 서약서도 종용하기도 했다.
‘양육비 이행명령 위반’ 사건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신청한 화영씨는 아직까지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법원의 출석요구 등이 A씨에게 ‘송달’되지 않으면서 재판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신청자에게 서류가 송달되고 법원에 출석해야지만 과태료 처분이나 감치가 가능한데, 출석 자체를 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혼소송 당시 미취학 아동이었던 아이들은 지금 대학생이 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양육비 문제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넘친다. 이를 막고자 오는 13일부터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를 상대로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형사처벌 등을 할 수 있는 게 골자인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제재강화에 따른 예방적 효과’에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장 전입 등 방법으로 출석명령을 피하는 사람들을 법원에 강제로 데려오지 않는 한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육비 지급 절차는 이혼소송에서 정해진다. 판결 이후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양육자는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다시 이 이행명령을 어길 경우 양육자는 다시 과태료 또는 감치를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 청구에 따라 ‘이행의무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이를 통상적으로 ‘감치 재판’이라고 한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은 감치 재판 이후에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에 한해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 게 골자다.

문제는 ‘감치 재판’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점이다. 감치는 양육비 채무자의 구인이 필수다. 하지만 화영씨 사례처럼 채무자가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를 경우 구인 자체를 할 수 없다. 감치집행 기간은 6개월인데, 너무 짧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6개월이 지나면 신청인은 이행명령 신청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감치 집행은 경찰이 한다. 채무자의 주소지에 있는 관할 경찰서에서 담당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강제성도 없다. 채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경찰들은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영 양육비해결을위한총연합회 대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있었던 감치판결 1174건 중 감치집행이 성공한 건 41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도 ‘송달 특례법’이 발의 돼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실무자들은 송달문제가 해결돼 집행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양육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무적으로 감치 재판까지 진행되지 않는 한 법 자체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집행이 안 되니까 절차 자체도 무용지물인 상태”라며 “송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육비 문제는 ‘개인 간 분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고 시행하는 것보다 현 실무 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며 “집행을 담당하는 경찰과 주민등록을 관리하는 주민센터, 법원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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