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를 받는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올해 98세를 맞이한 이 거장이 카게에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초토화된 도쿄에서 당시 청년이었던 후지시로 세이지는 잿더미가 된 들판 어디서라도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해 카게에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불에 타버린 일본은 여전히 정전이 잦았고 그 속에서 후지시로 세이지는 카게에를 만나 한 줄기 빛을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평화를 찾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정신이 깃든 초기의 흑백작품 '서유기' 시리즈부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일본 상업연극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극단 모쿠바자 시절의 오리지널 캐릭터 '캐로용' 인형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번 한국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 7시간 이상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았다. 후지시로는 "카게에의 아름다움에 끌려 결국 반세기를 넘겨버렸다"며 "투명한 빛과 평온한 그림자를 대비시키며 종이를 오려내고 붙이는 등 여러 기법을 조합한 뒤 빛을 비추는 방법으로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왔고 예나 지금이나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빛과 그림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가 내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신을 다해 작업했다"며 "나는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과 더 가까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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