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백화점에는 수백 수천명 들어가는데 결혼식장은 인원을 제한하는 이유가 뭔가요?"
이번달에 결혼식을 하려한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요즘 울상을 짓고 있다.
청첩장을 돌리고 막바지 결혼 준비를 서두르던 차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돼 49명까지만 결혼식 참가가 허용되는 등 사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49명 안에는 배우자와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만 포함돼 친구 등 지인은 참석할 수 없다.
200명 가까운 식사 인원을 예약해둔 A씨는 이를 49명으로 줄이기 위해 결혼식장에 문의했으나 최소 100명의 식대는 지불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게다가 결혼식장 측은 "혹시 친족 아닌 사람이 참석했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까지 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미루기로 했다. 대신 이미 예약한 신혼여행은 그대로 떠나기로 예비 신부와 합의했다. 선(先) 신혼여행, 후(後) 결혼식인 셈이다.
A씨는 "사람이 더 몰리는 백화점은 그냥 두고 당장 결혼을 해야 하는 예비부부에게는 까다롭게 굴어 화가 난다"며 "이미 돌린 청첩장을 다시 돌려야 하는데 그 비용도 예비부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마련한 예식장 분쟁해결 및 표준약관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예식장의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발휘된다. 그러나 예식장 입장에서는 합의해줄 필요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손해는 온전히 예비부부 몫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에서는 A씨와 유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대 예약을 줄일 수 없어 머리가 아프다는 네티즌부터 결혼식을 미뤄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네티즌까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의 걱정이 다양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4단계 격상 소식이 전해진 후 7건의 예비부부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8월 결혼을 앞둔 한 청원인은 "공연은 5000명까지 되고, 백화점은 QR코드 체크도 안 하는데 왜 인원 제한이 없을까요"라며 "식사도 하지 않는데 적게는 50인분, 많게는 250인분의 밥값을 내야 하는 소비자의 처지를 생각해봤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3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위약금을 한번에 물어야 하는 예비부부의 피해는 안 보이나"라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예비부부라 할 말이 없어진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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