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원 막으니 동네 벤치에서… 서울밤 '야외술판' 여전 [코로나 역대 최대 흔들리는 거리두기]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4 18:32

수정 2021.07.14 18:32

사각지대 찾아 '짠'하는 사람들
"단속? 여긴 그런거 없어요"
삼삼오오 모여 음주에 흡연까지
구청마다 순찰하지만 인원 부족
"공원 아닌 곳은 민원 와야 계도"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 국면에 들어섰지만 노점이나 벤치 등은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밤 11시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벤치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 국면에 들어섰지만 노점이나 벤치 등은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밤 11시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벤치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단속이요? 그런 거 없었는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이틀째인 지난 13일 밤 11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지역에서는 거리두기 상향이 무색하게 시민들이 벤치에 앉아 술을 먹고 있었다.

시민들은 술집이 영업을 마치는 밤 10시부터 삼삼오오 인근 벤치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등을 구입, 술을 마시고 있었다.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날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615명.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수도권 확진자 수는 1179명으로 지난 10일에 이어 또다시 1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등에 야간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고 적극적으로 계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원과 녹지가 아닌 장소에서는 '단속 사각지대'가 나오고 있어 단속 인력 및 지역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마곡동에는 '음주, 흡연 금지'라는 플래카드가 벤치 위에 둘러져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오히려 플래카드 위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던 A씨는 "영업시간 단축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며 "따로 단속이 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김모씨(26)는 "이번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늘었는데 굳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렇다고 편의점 입장에서 뭐라고 할 처지는 못된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공터도 마찬가지다. 인근에 있는 서울 강서구 등촌주공3단지 정자에서는 남녀 4명이 배달음식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밤 10시 이후 음주 등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단속기간은 9일부터 25일까지이며, 매일 경찰관 130명을 포함해 단속인력 216명이 투입된다.

특히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단속인력이 집중 투입된다. 서울시는 위반자에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25개 주요 공원과 한강공원, 청계천변에서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단속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공원과 녹지를 중심으로 단속에 나섰지만 모든 이용장소를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32명이 근린공원 11개소 등을 순찰하고 있다"며 "공원이 아닌 곳은 민원이 들어오면 계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역불감증'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밤 여행사 임직원 10여명이 사옥 옥상에서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는 여행사 대표를 비롯해 임원과 직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사 임직원 모임 당시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기 이전이지만 이때도 5인 이상 사적모임은 금지됐기에 이 모임이 업무상 회의가 아닌 술자리 성격을 지녔다면 방역수칙 위반 소지가 있다.


정부는 4단계 거리두기 격상 이후 다시 한번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단계의 핵심은 야간에만 나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모임과 외출을 줄여 달라는 것"이라며 "출퇴근 외엔 가급적 나가지 말고 안전한 집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또 "방역수칙은 최소한의 강제조치로 2인끼리의 모임이 증가하면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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