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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모금에 성관계 한번" 리비아 난민 수용소에선 무슨 일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6 06:53

수정 2021.07.16 08:49

지난 4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리비아 해안경비대 선박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하선하고 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멜리타 마을 근해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기 직전 99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제공
지난 4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리비아 해안경비대 선박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하선하고 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멜리타 마을 근해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기 직전 99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유럽으로의 관문, 리비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프리카 북부의 리비아에 설치된 난민 수용소에서 여성 수용자가 물과 음식을 얻기 위해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리비아는 난민들에게 지중해를 두고 이탈리아·그리스 등으로 넘어가기 위한 해상 통로로 여겨진다.

15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국제 앰네스티가 발표한 리비아 난민 수용소 실태 보고서에는 “끔찍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엠네스티는 리비아 트리폴리의 난민(이주민) 수용소에 구금된 14세에서 50세의 남녀 53명을 인터뷰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시리아 등 다양한 국적자들로, 대부분 여전히 구금 상태라고 한다.


‘그레이스’라고 지칭한 한 여성은 “수용소 간수가 깨끗한 물을 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거절한 여성에게 간수가 “총으로 등을 눌러 쓰러뜨린 뒤 군홧발로 허리를 가격했다”고도 했다.

앰네스티가 전화 또는 직접 만나 인터뷰한 여성들은 공통적인 증언을 했다고 한다. 물·음식 등 필수품을 얻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간수들로부터 성관계를 요구 받았다는 것이다. 어떤 임신부들은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수용소에 입소한 한 여성은 아이를 병원으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수용소 측이 거절했다.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수용소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리비아의 난민 수용소는 민병대에 의해 운영되다가, 인권 침해 문제 등이 불거지자 리비아 내무부 산하 불법이주방지위원회(DCIM)가 지난해부터 관리 감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혹한 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선 2011년 아랍의 봄 때 장기 집권자인 무아마르 카다피가 몰락했지만, 정세는 외려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일부 무장단체는 여전히 지상에서 권력을 잡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난민 수용소 운영에 관여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엠네스티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난민 보트를 단속하며 과도한 물리력을 쓴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올해 6월까지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으로 1만 5000명이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추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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