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 이후 4년간 대학 유치 단 한 곳도 못해
1곳 유치에 3∼5년 소요, 앞으로 몇 년 더 걸릴지 몰라
신규 대학 유치보다는 기존 대학 지원방안 마련 지적도
1곳 유치에 3∼5년 소요, 앞으로 몇 년 더 걸릴지 몰라
신규 대학 유치보다는 기존 대학 지원방안 마련 지적도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해외 명문대학을 추가로 유치하는 인천 글로벌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2단계 사업을 시작할 당시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추가 대학 유치를 확정하고 신규 대학 건물을 짓고 있어야 하지만 대학 추가 유치를 단 한곳도 확정하지 못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인천 글로벌캠퍼스 조성 당시 사업을 1,2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해 각각 해외 명문대학 5개교씩 모두 10개교와 학생 1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대학과 지역 경제가 자생력을 가지려면 종합대학 규모의 학생 1만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 1단계 사업 완료 후 대학유치 성과 없어
인천 글로벌캠퍼스는 2012년 3월 한국뉴욕주립대 개교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한국조지메이슨대, 2014년 9월 겐트대(벨기에) 글로벌캠퍼스와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2017년 9월 FIT(뉴욕패션기술대학)가 잇따라 개교한 뒤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이후 2단계 조성사업이 진행돼 영국 케임브리지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음악원,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호텔, 예술 등 특성화 대학의 이름이 유치대학으로 거론되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FIT 유치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학 유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연구기관인 스탠포드대 연구소 유치가 유일하다.
인천경제청 해외대학 유치 관계자는 “인천 글로벌캠퍼스가 서울 및 공항과 가깝고 기존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해외 대학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유치를 문의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치 협의가 진행 중인 곳은 미국 대학 등 2∼3개교이다. 이들 대학과는 초기 형태의 협의가 진행 중인 곳도 있고 초기 단계를 넘어선 곳도 있다.
협의를 실제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유치에 우호적인지 여부와 본교 지원액 및 지원기간, 유치 적합도, 학교 순위, 유치 시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수 대학을 유치해야 학생 유치가 쉽기 때문이다.
해외대학을 유치하려면 교육부와 산자부, 인천시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대학 자체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해외대학 유치 관계자는 “해외대학 1곳을 유치하는데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사업으로 보고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존 학교 재학생 대부분 내국인, 정원도 못 채워
2단계 대학 유치가 성사된다고 해도 유치대학이 입주할 건물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 건물 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유치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건물을 짓는데는 대략 2∼3년이 걸린다.
인천경제청 2단계 사업 관계자는 “신규 유치 대학의 건물을 1개교씩 건설할 지 아니면 여러 대학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건설할 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유치 진행 상황과 예산 등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뉴욕주립대가 설립된 지도 10년(대학원 포함)이 됐고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지도 4년이 지났지만 5개 대학의 재학생 수는 3000여명으로 정원 4500여명에 못 미친다. 이들 대학들은 4년간 초기운영비를 지원받고 이후 성과를 평가해 3년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송도 글로벌캠퍼스 조성 사업을 비롯해 5개 해외대학 초기운영·설립준비비 등으로 투입된 금액은 5754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대학들은 인천시로부터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캠퍼스 시설 사용료 등을 8년간 무상 사용하고 있다. 한 대학은 2019년 8월 31일로 시설 무상사용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적자 누적 등으로 비용을 내지 못하고 계속 무상사용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재정 적자가 누적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해외대학을 추가 유치하는 2단계 사업은 재정 자립도가 낮은 대학들을 양산해 정부와 인천시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2단계 사업을 중단하고 기 입주 대학의 재정 자립기반을 높일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병래 인천시의원은 “인천 글로벌캠퍼스 재학생의 92%가 내국인이고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학생 유치조차 어려워진 상황에서 2단계 조성사업을 추진할 경우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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