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8만호 중 에어컨 기본옵션 주택 0.2%그쳐
임대주택 입주민 “에어컨 설치 비용 부담 커”
[파이낸셜뉴스]
임대주택 입주민 “에어컨 설치 비용 부담 커”
정부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입주민들이 찜통더위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변시세 보다 20∼40% 이상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행복주택 에어컨 보급률 '0.2%'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원흥역 근처 행복주택에 입주한 최지혜(29)씨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벽걸이 에어컨의 경우 가격이 30~50만원으로 비싸고, 별도 설치비용 30만원도 부담 됐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씨의 월급은 60만원이다. 하지만 최근 30도가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자 결국 중고 에어컨을 장만했다. 설치비용까지 44만원이 들었다. 최씨는 “행복주택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홍보하지만 기초 가전이 냉장고 뿐이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최근 주택은 에어컨이 기본인데 공공임대주택이라 그런지 기본이 안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에어컨 등 기본 옵션이 없어 행복주택 입주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30대 이모씨는 올해 경기도 고양시 지축역 근처 행복주택에 당첨됐지만 입주를 포기했다. 방에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이 없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전제품을 사는 비용이 더 들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통 계약 갱신이 2년인데, 가전을 섣불리 샀다가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다 팔아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아르바이트 수입이 전부인데 에어컨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에 공급한 행복주택 8만295호 가운데 에어컨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 행복주택은 193호로 전체의 0.2%에 그쳤다. 나머지 8만102호는 입주자가 직접 수십만원을 부담해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에도 에어컨 설치해야
LH에 따르면 전국 127단지 영구임대주택의 에어컨 설치율은 2018년 기준 42%정도 밖에 안 된다.
원흥역 근처 영구임대주택 주민인 70대 A씨는 “에어컨이 없어 낮에는 마을 회관에 가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 회관 문을 닫을 때가 많아 마음 먹고 에어컨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거주자 B씨는 “에어컨은 이제 거의 생활필수품 인데 국가에서 보급하는 임대주택에 설치되어 있지 않아 난감하다”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임대주택도 다 에어컨이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는 게 요즘 추세”라며 “공공임대주택도 에어컨을 기본으로 설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LH는 2019년 3월 이후 설계하는 신축영구임대주택에는 벽걸이 에어컨을 기본으로 설치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지어지는 모든 25㎡ 이하 행복주택 및 통합공공임대주택에도 에어컨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기존 공공임대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기 설비 증설이나 에어컨 설치를 대신해 소형 임대주택에 적합한 성능 및 시공성을 갖춘 복합 환기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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