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물, 물건 아니다" 첫 법적지위… 학대하면 민·형사 처벌 세진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9 18:34

수정 2021.07.19 18:34

법무부, 민법 개정 입법예고
강제집행 대상서 배제도 추진
정부가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해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을 추가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에 나선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등에 대한 등록·관리 강화는 물론 학대 시 처벌 등에 대한 규정도 강화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민법 제92조의2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 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동물은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한다.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 잔인하게 학대해 죽인 피의자에게 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당시 우리 법은 고양이를 '물건'으로 봤기 때문에 동물 살해가 아닌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김예림 변호사는 "현재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처벌규정보다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처벌이 강해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향후 동물의 지위가 격상되면 동물학대 등에 있어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학대에 의해 사망케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 학대만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형법상 재물손괴죄에는 3년 이하 징역·7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법무부 개정안의 경우 향후 국민의견 수렴, 최종안 마련, 국회 통과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가령 '동물'의 정의(범위)에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지 다른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랍스터, 문어, 오징어 등 무척추동물을 살아있는 채로 끓는 물에 조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후속조치로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 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무불이행 등으로 재산을 압류하는 경우 반려동물은 별도 제외규정이 없지만, 앞으로는 압류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 토끼 등 6종류만 인정되는 만큼 민법상 반려동물에 관한 별도 규정이 추가로 논의될 전망이다.
김응철 변호사는 "동물의 개념을 척추동물로 한정할지, 곤충 등을 포함한 움직이는 생명체로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개정안의 경우도 동물 스스로가 '권리'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권리의 '객체'로 물건의 연장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동물은 여전히 권리의 객체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유기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등록제를 확대하고, 유기·학대·불법적안락사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민법 개정과 함께 인식의 변화, 동물보호법 정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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