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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출근하는 베테랑 승무원 “여행의 맛, 기내식 서빙해요” [fn이사람]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9 18:47

수정 2021.07.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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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찬 제주항공 객실기획팀장
제주항공 5월 팝업카페 오픈
코로나로 항공산업 정체되자
실제 비행기 같은 지상공간 열어
승무원들 교대로 직접 근무
3개월간 기내식 서비스 이벤트
120명분 연일 매진행렬 ‘성과’
카페로 출근하는 베테랑 승무원 “여행의 맛, 기내식 서빙해요” [fn이사람]
최병찬 제주항공 객실기획팀장(사진)은 올해 5월부터 카페로 출근하고 있다.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승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16년차 베테랑 객실승무원이다.

서울 마포구 AK&홍대 1층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여행맛)'에서 만난 최 팀장은 "손님들이 항공기에서 기내식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콘셉트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행맛은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시도한 기내식 카페다. 코로나19 탓에 하늘길이 막히자 고객들이 지상에서 기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승무원이 직접 카트를 끌고와 기내식을 전해준다. 실제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여행맛에 비치했다.

작은 소품에도 꼼꼼함이 묻어났다. 컵홀더에 항공기 티켓이 프린트돼 있다. 실제 사용하는 항공권 양식을 고스란히 옮겼다. 최 팀장은 "음료를 받아든 고객들이 항공권을 발견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집을 좀 부려봤다"며 웃었다.

하루치 120명분 기내식이 모두 팔려나간다.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까지 포함하면 주말에는 최대 180명이 여행맛을 찾는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손님이 줄었지만 포장 손님들이 많아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매대 뒤쪽으로 손님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가 가득했다. 냅킨에 적은 글귀부터 제법 품이 많이 든 그림까지 다양했다. 그는 "기내식 카페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많다"며 "작은 응원 한마디가 승무원들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혹시 카페에서 일할 승무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까. 최 팀장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내부 추천을 받아 한 분 한 분 전화를 드리고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며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궁금했는데 다들 흔쾌히 허락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현재 10명의 승무원들이 2개 조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아쉽지만 여행맛 AK&홍대점은 곧 문을 닫는다. 3개월만 운영하는 이벤트 매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점포의 입점 계획이 세워져 있는 탓에 영업 연장이 어렵다. 하지만 곧 다른 쇼핑몰에 추가 매장을 연다.

최 팀장은 "감사하게도 다른 대형 유통업체가 제안을 많이 주셔서 추가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 매장에서 일할 승무원도 뽑고 있다"고 했다.


선배 승무원인 그는 매장을 찾는 승무원 지망생 후배들이 눈에 밟힌다.

기억나는 손님이 있냐는 질문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최 팀장은 모두 승무원 지망생을 언급했다.


그는 "항공업계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객실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며 "항공산업이 정상화 됐을 때 지망생분들이 반드시 꿈을 이루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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