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산악인 세계 최초 대업 이룬 뒤 하산길서 실종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장애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지난 18일 브로드피크(8047m)에 오르며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뒤 하산 도중 실종된 가운데 광주광역시와 산악연맹·장애인체육회 등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수색지원에 나섰다.
광주시와 광주장애인체육회, 산악연맹은 20일 광주전남등산학교·김홍빈과 희망만들기 등과 함께 대책위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고수습 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대책위 사무실은 월드컵경기장 내 광주산악연맹에 마련됐다.
사고수습대책위는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회장을 본부장으로,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을 실무단장으로 하고 광주시, 외교부, 대한산악연맹, 광주시산악연맹, 광주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대책위는 코로나19로 구조대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지에 있는 원정대와 연락을 통해 구조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사고 현장에 있는 원정대원들과 현지인(셀파)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활동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브로드피크 현지 기상여건이 나빠 김 대장과 함께 등반했던 대원들도 하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른 나라 원정대원들과 구조대 구성 등을 협의하고, 실종지점 수색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조대 지원을 위해 추가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브로드피크 정상 부근 기상이 나빠져 캠프4에 남아있던 대원들도 하산하고 있다"며 "이들이 50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정확한 상황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실종지점이 브로드피크 7900m 정상 부근이어서 국내에서 구조인력을 파견하면 고산지대 적응훈련 등으로 시간이 소요되고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광주대책위는 최대한 현지원정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장은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에도 불구, 14좌 완등에 성공한 불굴의 산악인"이라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조활동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화요간부회의에서 "너무나 황망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삶 자체가 인간 승리의 역사였던 김 대장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번에도 모진 역경 이겨내고 살아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무사귀환을 희망했다.
한편 김홍빈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58분께(현지시간)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을 하던 중 7900m 지점에서 빙벽(크레바스) 아래로 추락했다. 김 대장은 위성전화를 이용해 구조를 요청했으며 러시아 구조팀이 발견하고 밧줄을 이용해 끌어올렸지만 15m를 남겨두고 다시 추락한 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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