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녁 술 대신 점심 손님이라도"… 대낮부터 문 연 술집들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0 17:44

수정 2021.07.20 17:44

'거리두기 4단계' 요식업 풍경
매출 급감에 사실상 '셧다운'
궁여지책 낮장사도 소용없어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실내포차 손님들이 점심 뷔페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해솔 인턴기자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실내포차 손님들이 점심 뷔페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해솔 인턴기자
20일 강남역 인근에는 영업 중단을 선언한 가게들이 팻말을 걸어놨다. 사진=김해솔 인턴기자
20일 강남역 인근에는 영업 중단을 선언한 가게들이 팻말을 걸어놨다. 사진=김해솔 인턴기자
궁여지책으로 낮 장사를 시작했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실내 포장마차 사장인 A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낮 장사를 시작했지만..."

A씨는 이제 막 점심 영업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A씨의 기존 영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강화되면서 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 영업을 하게 됐다.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가 시작되고 월 매출이 1억원에서 3000만~4000만원 꼴로 줄었다"며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보다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강화되면서 낮에 문을 연 술집들이 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로 손님을 2명밖에 받지 못하자 궁여지책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일부 요식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식주점은 가게 문을 오후 1시에 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 개업한 가게의 원래 평일 영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새벽 5시까지였다. 하지만 영업 제한 때문에 밤 10시까지 열 수밖에 없던 차에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자 지난 12일부터 낮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매출 보전이 어려워 신메뉴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의 점장인 손모씨(29)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하고 매출이 30~40% 정도 줄었다"면서 "낮 손님을 위해 새로운 식사 메뉴를 개발해 그나마 손님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은 입장에 발빠르게 대응한 자영업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받았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한 요리주점은 밤 10시 영업 제한으로 영업 시간을 줄인 바 있다. 정부가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영업 시간을 늘렸는데, 되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자 해당 결정을 번복했다.

식장 주인 권모씨는 "애초에 올해는 밤 10시 이후 장사가 힘들 거 같아서 낮에 영업하던 건데, 정부가 왜 거리두기를 완화해줄 것처럼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주점의 컨셉이 술집도 아닌 식당이 되어버려 향후 매출 증대에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팍팍해진 삶..."영업 잠시 중단"

이 같은 상황으로 치닫자 자영업자들의 삶이 팍팍해졌고 결국 거리에선 줄폐업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 격상과 함께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걸은 가게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그나마 우리는 수억원이 들어간 권리금이 아까워서라도 아직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식당)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곳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식업계는 사실상 셧다운 상황이라며 손실보상 재원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손실 보상의 방식과 액수가 현실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업계와 논의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손실보상 7∼9월분 재원 6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며 "하루 속히 추가 재원에 대한 논의를 거쳐 예산을 증액해 엄중한 상황에 놓인 외식 사업주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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