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직접 보니 더 놀랐다 문화강국 원했던 이건희의 '名品 안목' [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0 18:41

수정 2021.07.20 18:41

국립중앙박물관·현대미술관 '위대한 유산展'
20일 서울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취재진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 사진=서동일 기자
20일 서울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취재진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 사진=서동일 기자
직접 보니 더 놀랐다 문화강국 원했던 이건희의 '名品 안목' [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일상화돼야 문화강국이 된다." 미술 작품을 통해 문화강국을 꿈꿨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깊은 철학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21일 서울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각각 열릴 예정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과 '이건희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명작'전이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물 2만1600여점 가운데 명품 45건 77점을 추려 공개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없지만 잘 알려진 유물들의 진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며 "기증자인 이건희 회장의 안목을 살펴볼 수 있도록 명품을 명품답게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이 회장이 가장 아꼈던 작품으로 알려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다. 긴 장맛비가 갠 후 물기를 머금어 묵직한 바위들 아래 폭포를 이룬 수성동 계곡과 한양성곽의 모습이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

'인왕제색도'의 왼편에는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라 불리는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추성부도'가 나란히 걸렸다. 인생의 말년에 죽음을 앞둔 김홍도가 그림 속 선비에게 자신을 투사시켜 표현한 작품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 유일한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와 삼국시대 만들어진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등 국보와 보물 28건을 비롯해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조선시대 백자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선 이 회장이 생전에 아꼈던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34명의 작품 58점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박미화 현대미술1과장은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1488점 중 한국 근대 회화 작품에 집중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 3부로 구성돼 있는데 일제강점기 신문물의 유입으로 변화를 맞이한 조선의 전통 서화와 미술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부터 1945년 광복과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격동기에 오히려 새로운 미술의 장을 열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이성자, 이응노, 김흥수, 천경자 등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작품은 전시장 중간에 걸린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다. 1950년대 후반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전시장의 한쪽 벽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다.
박미화 과장은 "김환기는 생전에 백자 달항아리를 끔찍이도 아낀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는 백자 항아리의 이미지와 더불어 그가 사랑하고 즐겨 사용했던 학, 사슴, 반라의 여인들, 새장 등의 모티브들이 파스텔톤의 색면 위에 양식화돼 있다"고 말했다. 또 '여인들과 항아리' 우측 벽에는 김환기의 뉴욕시기 작품인 1973년작 전면 점화 '산울림 19-II-73#307'도 함께 내걸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의 특징은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통섭형으로 한국의 예술사를 풍요롭게 해주는 품격있는 작품들"이라며 "그간 취약했던 근현대미술사 연구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시킬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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