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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98시간” “17시간씩 7일=119시간”···尹 ‘120시간’ 몰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1 05:03

수정 2021.07.21 05:03

윤석열 언론 인터뷰 “120시간 일하고 마음껏 쉬자”
김남국·우원식·이낙연·심상정 등 여권 인사 맹공
“현장 목소리와 문제의식 전했을 뿐...한편에서 왜곡”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를 방문해 상인회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를 방문해 상인회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 같은 ‘120시간 노동관’ 발언 한 마디가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이는 그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스스로 옛 보수에서 탈피하겠다고 밝힌 포부가 무색하게 더욱 진한 보수의 향기를 풍기는 노동관을 내비쳤다.

주 120시간은 주 5일 근무 기준 한 숨도 못 하고 매일 24시간을, 주말 없는 주 7일 근무로 따져도 하루 17시간가량 일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치다.
실수라면 준비 부족, 의도가 개입됐다면 비루한 인식의 발로라는 비판이 빗발친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 악습으로 불리는 ‘크런치 모드(마감을 앞두고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Crunch Mode)’를 두둔하는 뜻으로 읽히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여권은 윤 전 총장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고 윤 전 총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강병원 최고위원도 “주 4일제가 정치권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워라밸’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윤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쌍팔년도(1988년)에서 오셨냐”고 윤 전 총장의 퇴행적 노동 인식을 저격했다.

이낙연 전 대표/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뉴시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아침 7시부터 일만 하다가, 밤 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7일 내내 계속해도 119시간이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후보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예외조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유연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선택근로제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분명히 있다”며 “관련 법률을 충분히 찾아보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은 “이제 대권가도에 올랐으니 (재벌) 저승사자가 아니라 보디가드로 전업하겠다는 공개선언”이라고 쏘아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시려는 것 같다. 주 5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120시간 일하면 사람 죽는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24시간 쉬지 않고 일해야 120시간이다. 정말 큰일을 하고 싶으시면 먼저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7.6/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7.6/뉴스1
앞서 윤 정 총장은 지난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를 두고 “실패한 정책”이라며 “현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일자리 증가율이 (지난해 중소기업 기준) 0.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라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편에서)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말했다.
이후 공식 입장문까지 내고 “주 52시간에 대한 현장 목소리와 문제의식을 공감해 그대로 전달한 것일 뿐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짚었다. 자신이 강조해 내뱉은 주장이 아닌 스타트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지난 8일 만난 이들은 스타트업 대표들로 정작 크런치 모드를 감당해야 하는 노동자들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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