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6월 시세 2억4000만원인 처제 아파트를 자신의 딸 명의로 3억1500만원에 매수 신고했다. 같은해 9월 이를 해제한뒤, 2개월 뒤 다시 아들 명의로 3억5000만원에 매수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딸과 아들 거래 모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계약금에 대한 수수료도 받지 않았다.
A씨는 한달 뒤 이 아파트를 아파트 구매자인 제3자에게 3억5000만원에 매매 중개를 했고, 시세 대비 1억100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
#. 분양대행사 B사 임원들은 자신 회사 소유 시세 2억2800만원 아파트 2채를 사내 이사에게 각각 2억9900만원에 매도 신고했다. 이후 대표이사에게 각각 3억400만원에 또다시 매도 신고했다.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모두 거래 계약서가 없고 계약금도 수수하지 않았다. 이후 아파트 2채를 아파트 구매자 2명에게 각각 2억9300만원에 매도해 회사는 시세 보다 1억3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였다.
소문으로 공공연히 나돌던 '집 값 띄우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가 허위 거래 신고 등을 이용해 시세를 조정하는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부동산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사가 가담한 시세 조정 사례가 나오면서 정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집 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만큼 집 값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거래 허위 신고에 대한 기획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언급한 실거래가 조작 실태조사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계약 해제시 해제 신고가 의무화된 지난해 2월2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이뤄진 71만 여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한내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거래 2420건을 적발했다.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따라 잔금지급일 이후 60일 이내 등기 신청을 해야 한다.
이 중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에서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거래 821건에 대해 조사해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
이중 자전거래 허위신고로 의심되는 사례는 12건이다. 자전거래는 공익중개사가 가족간 또는 내부 거래를 통해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 실거래가로 등록한 뒤 계약을 파기해 중개대상물 시세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신고한 실거래가가 공개시스템에 계속 올라 있는 점을 악용해 교묘히 이뤄졌다.
국토부는 이 같은 자전거래로 해당 단지 실거래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 교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래가 적발된 경기 남양주 A단지의 경우 현재까지 28건의 거래가 이뤄진 뒤 약 17% 상승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충북 청주 B단지는 현재까지 6건의 거래에서 약 54%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범죄 의심건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탈세 의심건은 국세청에 통보했다. 허위신고 위반 의심건은 관할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자전거래를 한 공인중개사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자전거래를 위해 허위신고한 일반인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고하면 반영되는 행정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자전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를 집 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 일각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겠지만, 집 값 상승의 근본인 부동산 정책 개선 등 집값 안정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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