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K배터리와 성장한 장비업체, 후발주자 추격 앞당기는 불씨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4 10:00

수정 2021.07.25 10:49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 해외 진출 러시 

LG·삼성·SK 노하우 넘어가지 않을까?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2021.4.1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진=뉴스1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2021.4.1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진=뉴스1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 3사와 함께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경우도 많지만, 해외 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차전지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는 코윈테크는 유럽과 중국 업체와 스마트 자동화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나기술은 미국 기업과 규모의 조립·화성 공장 장비를 수주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모두 구체적인 회사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배터리는 생산 공정별로 크게 극판공정, 조립공정, 화성공정으로 구분됩니다.
배터리를 활성화시켜 전기를 띠게 하는 화성공정이 마무리된 이후 배터리 셀을 모듈과 팩으로 조립하는 공정과 검사공정 등으로 이어집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정별로 특화된 장비업체와 손잡고 공정 라인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배터리 장비 시장이 오는 2030년 약 4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 장비 시장 규모 전망
(달러)
연도 2019년 2025년 2030년
시장 규모 70억 120억 320억
(SNE리서치)

장비업체 해외진출...韓 겪은 시행착오 단축 빌미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노하우가 장비사를 통해 해외 업체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질문에 "(배터리 제조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내재화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업체들이 그간 장비업체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적의 배터리 제조 공정을 만들어왔다"며 "해외 제조사나 완성차 업체가 국내 장비사에 손을 내밀면, 우리가 고생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국과 유럽의 전지 업체의 경우 장비 선정 조건에 국내 대기업에 납품한 실적이 선정기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제조사들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국내 제조사들의 노하우를 탐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신기술의 보편화..기술발전 단계로 받아들여야

이를 두고 기술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단계로 봐야 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미국이 원천 기술을 발명하고, 일본이 최초 상용화를 합니다. 뒤이어 한국이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나서고, 그다음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면서 기술격차를 따라잡습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News1 /사진=뉴스1
© News1 /사진=뉴스1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배터리는 지금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며 중국으로 넘어갈 때 인터발(간격)이 길어야 하는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밀어준 덕에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이 나름 퍼스트 티어"라면서 "후발 업체들은 이 회사들이 겪었던 시행착오 기간을 줄여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이 나름 퍼스트 티어"라면서 "후발 업체들은 이 회사들이 겪었던 시행착오 기간을 줄여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터리 제조 장비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도 다소 시간이 걸릴 뿐이지 보편화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겁니다.

비밀유지 계약 철저..정부도 기술 유출 통제

그렇다고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배터리 제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노출돼있는 설비나 공정은 어쩔 수 없지만, 특정 제조사만을 위해서 적용된 기술의 경우 비밀 유지 계약을 맺는다고 합니다. 최소 몇 년 간은 비밀을 유지하고 그 이후엔 다른 업체와도 계약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방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7.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7.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정부 차원에서도 한 번 더 스크린을 합니다. 장비 업체가 수출할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들여다봅니다. 혹시 의심되는 점이 발견되면 거래처인 배터리 제조사에 확인을 하죠. 배터리는 핵심기술에서 전략기술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율 문제도 있습니다. 수율은 생산 과정을 통해서 제조된 제품들 중 정상품의 비율을 뜻합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종종 "동일한 공정 설비여도 누가 다루느냐에 따라 수율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배터리 설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똑같은 설비를 새로 설치해도 기계를 다루는 노하우가 없으면 불량품이 많이 나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 공장의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동일한 장비만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정상제품이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혁신 기술로 후발 주자 따돌리고 '초격차' 달성

지난 6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 참가한 포스코케미칼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모빌리티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사진=뉴스1
지난 6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 참가한 포스코케미칼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모빌리티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 뉴스1 /사진=뉴스1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입니다. 후발 후자의 추격을 따돌릴만한 기술을 거듭 개발해야만 도태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8일 'K-배터리 발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고 배터리 강국'을 목표로 세웠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 외에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2030년까지 국내 배터리 산업에 40조6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정부도 전고체·리튬황·리튬금속 등 차세대 배터리 조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2023년부터 5년간 총 3066억원을 투입합니다.

배터리 산업은 이제 자타공인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배터리 산업 성장을 위한 밑그림이 마련된 만큼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려 미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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