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시작은 애정이었다. 서로 호감에 끌려 연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16살 나이 차이 때문 만은 아니었다. 여성의 비뚤어진 집착은 22살 청년이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당시 남성은 주변인에게 “집에 가기 싫다. 여자친구가 말도 없이 찾아온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다.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연애는 2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정리됐다.
하지만 여성은 관계 정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스토킹이 시작됐고, 끝내 잔혹한 범죄로 귀결됐다.
■ 전화번호 지웠다고 흉기로 34차례 찔러
22살 남성 B씨는 지난달 6일 낮 12시께 전북 전주시 우아동 자신의 원룸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날 B씨의 전 여자친구였던 A(여·38)씨는 남성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A씨는 B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의 전화번호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흉기로 B씨를 34차례 찔렀다. 잠들어 있던 B씨는 저항하지 못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지인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B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 특이한 상황에 추측 난무
이 같이 잔인한 사건이 알려지자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16살 나이 차이와 낮에 잠들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고인의 명예를 실추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다.
하지만 B씨는 군대에 다녀온 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심야시간에 일하며 자신의 생활을 꾸려온 성실한 청년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고인의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의 글이 게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청원인은 "제 동생은 열심히 일하면서 사람들의 눈에도 착실한 아이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처참히 살해당했다"라며 "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 잠든 동생을 흉기로 30회 이상 찔러 죽일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제 친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꼭 풀어 달라"며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 재판부 판결 남아
현재 전주지법 제11형사부에서는 A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변호인 "피고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족과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재판을 오는 8월11일 열기로 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만큼 유죄 판결은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범행의 죄질과 A씨의 뉘우침 등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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