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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중국 '지하철 女전용칸' 논쟁...정부 '거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5 06:00

수정 2021.07.25 06:00

- 충칭 한 네티즌 정치 플랫폼에 글 올려 '피크 시간 때 여성 전용칸 설치' 요구
- 충칭철도공사 "남성 역차별, 남성 권리 배제" 이유로 거부
여성 전용칸을 설치해 달라는 네티즌 글. 중국 매체 펑파이 캡쳐
여성 전용칸을 설치해 달라는 네티즌 글. 중국 매체 펑파이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지하철 여성 전용칸을 설치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또 다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일부 지역에서 이미 여성 전용칸을 도입했지만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5일 펑파이와 광명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한 네티즌은 충칭시 정치 네트위크 플랫폼에 글을 올려 ‘교통 피크 시간 때에 여성 전용칸을 설치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 네티즌은 지난달 25일 충칭시 지하철에서 성추행 사건을 목격했다. 당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소리를 질렀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남성은 처음엔 인정하지 않았다가 여성이 CCTV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결국 달아났다고 네티즌은 주장했다.

네티즌은 그러면서 충칭시는 매우 빠른 도시이고 지하철은 외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관련 부서는 주의를 기울이고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충칭철도공사는 “당분간 여성 전용 객차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달았다. 충칭철도가 판단의 이유로 제시한 것은 세 가지다.

우선 여성 전용칸을 설치하는 것은 법을 준수하는 남성에게 일종의 차별이나 불신을 제공한다. 또 여성 전용칸이 생기면 오히려 일반 칸에 탑승하는 여성 승객의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될 수 있다. 아울러 공공자원을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남성의 권리를 배제해 피크 시간대에 불편을 초래하기 쉽다는 점이다.

일본 지하철 여성 전용칸 문구. 인민망 캡쳐
일본 지하철 여성 전용칸 문구. 인민망 캡쳐

이 같은 입장이 공개되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찬반 양쪽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다른 국가 예를 들며 이제는 여성 전용 객차를 설치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역차별이며 이미 다른 도시에서 시범 도입했다가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7년 광저우와 선전시 지하철에 출퇴근 시간 때를 한정해 여성 전용칸을 운영했다. 하지만 남성들이 여성 전용칸에 들어왔고 여성들도 제지를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여성 전용칸이 유래한 일본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다”라며 “여성 전용칸이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회와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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