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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방 뺄테니 ‘퇴거 위로금’ 주세요" "반려견·흡연 금지" 집주인은 ‘깐깐한 특약’ [임대차2법 시행 1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5 19:38

수정 2021.07.25 19:38

새로운 임대차 신풍속도
#. 올가을 전세를 준 집의 만기가 끝나면 실거주를 위해 이사를 하려 했던 김모씨는 계약만기일에 맞춰 세입자에게 퇴거요청을 했다. 그러나 세입자는 현재 전세금으로 주변의 전세금을 구할 수 없다고 버티며 퇴거조건으로 이사비용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는 전세계약 만료 6개월 전 실거주 목적으로 퇴거를 요청하는 것은 합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세입자 위로금'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결국 김씨는 세입자가 강경하게 버티자 명도소송을 진행해야 할지 500만원을 주고 내보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임대차2법 시행 1년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임대차 시장에 새로운 풍속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계약갱신권을 쓰지 못하고 나가는 세입자에게는 이사비 등의 명목으로 '세입자 위로금'을 주는 문화가 생겨났으며, 집주인들은 '반려동물·어린아이 금지' 등 각종 특약들을 내걸어 세입자 조건을 갈수록 깐깐하게 요구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날짜를 조금이라도 조정할 경우 혹여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이사날짜를 조정하는 것도 인색해져 보관이사를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입자 위로금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얼마를 주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전세를 주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을 쓰지않고 나가주기를 요구하는데, 위로금 1000만원 정도를 주는 것이 적당한 금액인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위로금은 통상 3개월 월세 정도로 5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자의적인 기준부터 "이렇게 한번 위로금을 받은 세입자가 다음 집에서 나갈 때도 당연하게 요구할까 걱정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것이 어려워지자 집주인들도 세입자 받기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한번 세입자를 들이면 사실상 4년을 임대하는 만큼 임차 조건과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세운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세입자 박모씨는 전셋집을 구하는 데 큰 애를 먹었다. 박씨는 "신축이고 인기가 많은 집일수록 반려동물을 금지하는 곳이 많은 데다, 위반 시 계약해지 및 도배장판 교체까지 요구하는 특약까지 구체적으로 들어있어 집을 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임대차2법으로 인해 때아닌 보관이사도 유행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계약만기에 맞춰 한 달 이내는 퇴거날짜를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계약기간을 넘겨 며칠이라도 더 거주할 경우 향후 계약갱신이 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주인들이 퇴거일 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입자 이모씨는 "기존 전세로 살던 집의 만기 날짜와 새로 입주하는 곳의 이사 날짜가 보름 정도 차이 나서 그동안 월세를 내고 머물기를 부탁했지만 집주인이 무조건 만기에 나가라고 요구했다"면서 "결국 보름 동안 짐은 다 빼서 보관이사를 하고, 숙박시설에서 거주해 이사비용이 두 배가 됐다"고 푸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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