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돼야 하는데 왜 자꾸 물의를 일으킬까.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부적절한 자료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MBC가 자책골을 넣은 상대 팀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냈다.26일 방송계 등에 따르면 MBC는 지난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이 이끈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전반 27분 상대 자책골에 이어 후반 14분 엄원상의 추가골, 후반 39분과 후반 45분에 이어진 이강인의 멀티골로 4-0 대승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MBC는 전반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 '라즈반 마린'을 향해 부적절한 자막을 달아 논란이 됐다. MBC는 전반전이 끝난 뒤 중간 광고를 내보내며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냈다.
MBC의 부적절한 중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하며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1986년 4월26일 키예프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우크라이나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 체르노빌에 대규모 피폭 희생자가 발생한 인류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또 MBC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입장할 때도 부적절한 사진을 일부 사용했다.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 선수단 소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위 사진을 사용했다.
현재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 시위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아이티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후 혼란한 정국을 겪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MBC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영상과 자막에 대해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며 "하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외신 또한 MBC의 올림픽 중계 논란을 다루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이탈리아엔 피자: 한국 TV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가 된 사진과 자막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매체는 MBC가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할 때 일부 '모욕적인'(offensive)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 때도 일부 국가를 소개하며 부적절한 문구를 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MBC는 키리바시에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가나에는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행한 곳" 등의 소개 문구를 달았다. 차드에 대해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소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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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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