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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백제 이어 서얼까지, 거꾸로 가는 민주당 경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6 18:00

수정 2021.07.26 18:00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토론회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토론회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막장 경선 공방이 낯을 뜨겁게 하고 있다. 지역주의 조장에 이어 적통 논란으로 이어지며 자해적 퇴행 중이다. 지역주의와 정통성을 내세우다보니 대통령 후보의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을 검증하는 미래비전과 정책 경쟁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지역주의 논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관련 발언을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이 지사의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발언을 이 전 대표가 '호남후보 불가론'으로 규정한 것이다.
망국적 지역주의 뇌관이 터진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통 논쟁이 경선판의 물을 흐렸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비주류인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서로 자신을 민주당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점화됐다. "혈통으로 따지면 나는 서자"라고 자인했던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반격을 시도하면서 공방이 격화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이 전 대표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 지사의 문제 제기에 이 전 대표가 적통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낙연 후보가 적자라니, 서자도 되기 어렵다"(김두관)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추미애)라는 시대착오적인 주장도 나왔다.

보다 못한 송영길 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대선은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한 선택"이라며 "자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나머지 5명 후보와 지지자들이 나의 본선 당선을 위해 도와줄 동지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금도를 지켜달라"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한심하고 식상하다. 해외에선 민간인도 우주관광여행을 떠나는 시대에 나라를 분열시키는 지역주의 망령을 소환한 것도 모자라서 봉건왕조시대에나 어울리는 혈통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아니라 종친회 대표를 뽑는 선거인지 착각할 정도다. 밑도 끝도 없는 네거티브 프레임에 유권자들은 지쳤다.
표로 심판받고 싶지 않다면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선거전을 보여주길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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