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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金만 26개...한국양궁의 뒤엔 정몽구·정의선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7 11:10

수정 2021.07.27 11:10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 후원해와
정의선, 기술준비부터 마인드 관리까지
정몽구, 스포츠 과학도입 세계 최강 이끌어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0 도쿄 올림픽 양궁경기에서 지금까지 열린 경기를 모두 휩쓸며 금메달 3개를 국민들에게 선물로 안겼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눈부신 성과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그 뒤에는 비인기종목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 온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의 물심양면에 걸친 지원이 있었다.

■정의선 회장,인프라부터 선수단 컨디션까지 지원
정의선 회장은 도쿄대회에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참석해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양궁 응원을 위해 급하게 일본을 찾았으며,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주요 경기마다 열띤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번 도쿄대회를 위해 양궁 훈련장 등 인프라부터 선수들 심리적 안정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지난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꼼꼼히 살폈다. 이후 정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도쿄=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7.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도쿄=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7.27/뉴스1 /사진=뉴스1화상
2020년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7월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도 실시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 및 관중 적응 훈련도 불가능해지자, 올해 5월과 6월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한편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정몽구 명예회장, 세계 최강 양궁 발전 기반 탄탄히 다져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LA대회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현대제철에는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양궁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정몽구 명예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실제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었디.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시로 개발됐고 특히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직후 양궁 대표단의 선전을 축하하기 위한 ‘양궁인의 밤’ 행사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 선수와 악수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좌). 리우 대회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장혜진 선수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우)
2008년 베이징 대회 직후 양궁 대표단의 선전을 축하하기 위한 ‘양궁인의 밤’ 행사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 선수와 악수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좌). 리우 대회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장혜진 선수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우)
19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하자,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활을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초등학생부터 국산 장비를 쓰도록 장려하고, 양궁협회도 일선 학교에 국산 장비를 지원하는 등 국산 활의 저변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지금은 양궁 연습에서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 한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의 활쏘기 연습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세계 양궁협회가 단 한번의 실수로 메달을 놓칠 수 있는 토너먼트 형태의 새로운 경기방식을 도입하자 정몽구 명예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 때 시작했던 훈련이 지금의 야구장 훈련으로 이어졌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양궁은 지난 1984년 LA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 남자단체전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다. 같은 기간 양궁 종목에 걸린 전체 금메달의 70%를 대한민국이 차지한 셈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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