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퍼센트 갈라치기'에 빠진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9 18:09

수정 2021.07.29 18:09

[강남시선] '퍼센트 갈라치기'에 빠진 대한민국
"동기가 선(善)하다고 해서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면 안 되고, 그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몇 번씩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뮌헨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해 내놓은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자질과 덕목을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아직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집권 여당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내놓은 각종 정책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내놓은 대책마다 철저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회복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기가 선하지 않고, 그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집 가진 사람을 겁박하고, 집 가질 사람을 압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징벌적 보유세와 재건축 규제, 분양가상한제, 대출제한 등 각종 규제가 쏟아졌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철저하게 나눴다. 조사 방법과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 시민 세입자 비율은 54~57%다. 전국에서 세입자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수도권 청년가구 세입자 비율은 82%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선거는 51%대 49%의 싸움이다. 집주인을 때리면 세입자들이 열광할 줄 알았다. 그게 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화룡점정이 바로 임대차 3법이다. 서울 전셋값은 미친 듯 뛰어올랐고, 그것도 강남보다는 강북이 더 급등했다. 집주인을 죄인 취급하자 전셋집을 거둬들였고, 전셋값을 미리 올렸으며 월세로 돌렸다. 그래서 세간에는 '집주인을 때렸는데 세입자가 쓰러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 정부의 편 가르기는 다른 곳에서도 진행 중이다. 특기는 '퍼센트' 갈라치기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고, 종합부동산세도 다르지 않다. 재난지원금을 놓고 당초 전 국민을 20%대 80%로 편 가르기 하려던 계획은 각종 논란 끝에 결국 12.3%대 87.7%로 결정됐다. 하위 87.7%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상위 50%, 하위 50%는 들어봤지만 하위 87.7%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종부세는 한발 더 나간다. 2%대 98%다. 상위 2%에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금액이 아닌 %이기 때문에 매년 기준이 변한다. 10억일 수도 있고 11억일 수도 있다. 그 중간이라면 '반올림'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동기도 선하고, 그 결과에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곳이 있다. 바로 벤처 창업시장이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은 재산의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기빙플레지'에 한국인 최초로 참여하게 된 것. 더기빙플레지 참여는 10억달러 넘는 자산을 보유하면서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해야 가능하다. 곧이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더기빙플레지 참여를 공식 서약했다.
'퍼센트' 갈라치기가 한창인 현 정부에서 재산 50%를 뚝 떼어 '퍼센트' 나눔에 동참한 자수성가형 벤처 창업자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요즘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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