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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높은 지역독점 구조 '도시가스'
차익 노리는 사모펀드 매각 문제 없나
[파이낸셜뉴스]
차익 노리는 사모펀드 매각 문제 없나
최근 SK E&S가 2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데, 투자자들이 향후 상환조건으로 도시가스 자회사 지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내외 사모펀드 5곳 이상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였습니다. SK E&S는 결정된 게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습니다. 투자 주관사가 고려한 내용일 뿐, 아직 SK E&S와 교감이 없었다고 합니다.
도시가스는 지역독점 사업입니다. 하나의 도시가스 회사가 특정 지역의 도시가스 공급을 모두 책임집니다. 가정마다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하려면 배관을 촘촘하게 깔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2개 이상의 회사가 같은 지역에서 경쟁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크게 상승합니다. 땅속과 건물 내부를 관통해야 하는 배관을 두 개 이상 설치하는 건 낭비입니다.
현재 34곳의 도시가스사가 각 지역을 나눠 가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SK E&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K E&S는 총 7개의 도시가스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충청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강원도시가스 등 입니다. 이들 회사가 전국 총 446만 세대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죠. 부산도시가스처럼 광역시(부산시) 전역에 공급하는가 하면, 다른 도시가스사와 기초 시·군·구를 나눠 맡기도 합니다.
도시가스 요금, 마음대로 못 올려
서두에 국내외 사모펀드가 도시가스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지역독점 사업에 외국계 회사나 사모펀드가 지분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국민 정서와 지역사회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건 아닐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국계 회사나 사모펀드가 지분을 취득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일반 사기업과 같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 정부 승인 또는 심사 허가 제도가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주식 취득에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요금을 회사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합니다. 정부와 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을 결정하는 권한은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가스사업법상 각 지역 도시가스사는 일차적으로는 지자체가 관리한다"며 "최종 소매요금은 지자체가 승인하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략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지자체가 용역 기관을 선정합니다. 보통 회계법인이 맡는다고 합니다. 용역 기관은 도시가스사가 1년간 사용한 비용을 모두 계산해 보고서를 만듭니다. 인건비, 배관 설치·교체비, 계량기 설치비, 콜센터 운용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 보고서를 받아든 지자체는 운영상의 문제가 없었는지,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은 없는지 따져본 뒤 약간의 수익이 남는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해 줍니다. 이를 '총괄 원가주의'라고 합니다.
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최종 소비자 요금이 100원이라면 90원~95원은 도매요금 및 생산·인건비"라며 "도시가스사는 5원~10원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투입된 비용을 적정하게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이 된다"며 "지자체에 권한이 있는 철저한 규제 요금인 터라 누가 들어오더라도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안정적 수익, 도시가스 노리는 사모펀드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국맥쿼리인프라펀드가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해양에너지는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시, 화순군 등 8개 전남 기초 지자체, 서라벌도시가스는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합니다.
지역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한국맥쿼리인프라펀드는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 비중이 85%에 달하는 공모펀드지만, 맥쿼리라는 이름이 붙은 탓에 반대 여론에 직면한 겁니다. 수익 일부를 설비에 재투자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도시가스사의 의무인데, 이들은 배당금을 챙기고 매각 차익만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한국맥쿼리인프라펀드는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10년에서 20년 이상 장기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역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달 7일 광주시를 방문해 고용유지, 시설유지관리 등을 약속했습니다. 도시가스 요금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고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인수협상 초반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던 광주시도 지난 20일 적정가격·안정공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매각이 이미 완료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과거 해외 사모펀드가 도시가스사를 인수한 적이 있습니다. 세아제강은 2012년 강남도시가스를 맥쿼리에 매각했습니다. 맥쿼리는 2016년 이 회사를 다시 귀뚜라미에 매각했습니다. 2017년 호주계 프로스타 캐피탈에 인수된 경남에너지도 외국자본 유입의 대표 사례입니다. '총괄 원가주의' 덕에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터라 도시가스사에 눈독을 들이는 사모펀드가 많다고 합니다.
앞서 도시가스사들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도시가스 공급에 쓰인 비용을 따져본 뒤 비용보다 수익을 약간 더 얹어주는 구조여서 비용을 줄인 차익으로 돈을 더 벌 수도 없습니다.
공급 의무 안지키면 '형사처벌'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시설 투자를 게을리해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방만 경영으로 운영비가 오르면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측 입장입니다. 지자체가 요금 산정을 위해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를 들여다볼 때 방만 경영 여부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정해진 안전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산업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도시가스사의 투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신규투자와 유지보수 투자입니다. 지자체별로 1㎞당 수익이 발생하는 최소 세대수가 있습니다. 최소 세대수를 넘으면 배관을 깔아야 하죠. 두 번째 유지보수 투자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관리·감독 기관에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체크하기 때문에 노후 배관이라도 안전 기준에 미달하면 조처를 해야 합니다."
혹시 법에 근거한 지자체의 지시나 제시된 요금 수준에 반발해 도시가스사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공급키로 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이 중단되게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산업부 측은 "단순한 벌금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용은 강제 못해..간접고용 많아 불안
그래도 문제는 남습니다. 고용문제입니다. 고용은 기업의 고유 권한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압박할 수는 있지만 직접 개입이 가능한 영역은 아닙니다.
최근 맥쿼리로 넘어간 해양도시가스는 과거 GS에너지가 운영하던 시절에는 광주의 삼성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도시가스 관계자는 "GS에너지가 운영할 땐 급여도 괜찮았고, 직원들도 지역에서 1등 사윗감이었다"며 SK, GS 등 대기업이 운영하면 아무래도 안정적이다. 매각이 잦은 사모펀드들이 회사를 소유하면 고용이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도시가스사는 콜센터 직원, 검침원 등 간접고용 인력이 굉장히 많아서 고용 안정성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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