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고는 상상 초월의 창의성의 발휘되는 세계다. 하지만 냉혹한 경쟁의 세계이기도 하다. 수많은 광고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극소수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승부가 매순간 펼쳐진다. 제작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 경제논리가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검증된 내용과 방법은 자주 사용된다.
광고 속의 고정관념과 불문율이 탄생하는 배경이다. 모델이 먹음직스러운 닭다리를 들고 있는 치킨 광고, 화사한 조명과 효과를 자랑하는 화장품 광고, '캬'라고 감탄사를 외치는 맥주 광고 가 대표적이다.
전형적인 틀에선 벗어난 광고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산 생맥주 브랜드 제주맥주가 선보인 광고 영상인 '다이브 인투 다이버시티(DIVE INTO DIVERSITY)'가 주목을 받았다. 맥주 광고에서 흔히 보였던 모델이 감탄사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한 모델을 앞세우지 않고 대표 제품 3종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브랜드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색깔과 입체적인 동작들이 사용됐다. 광고의 주인공인 제품 3종은 각각의 모티프가 된 제주의 바다, 곶자왈, 여름 밤하늘에 판타지 요소를 입힌 일러스트가 더해져 차례대로 등장한다. 절묘한 장면 전환과 음향 효과는 대사 없이도 이야기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드는 묘미다.
제주맥주가 지난 2017년 브랜드 론칭 후 처음 선보이는 TV 광고인 만큼 브랜드 정체성과도 맥이 통한다. 제주맥주는 '새로운 맥주 미식 문화를 만들자'라는 브랜드 철학이 기반이다. 다양한 제품과 활동을 선보이며 국내 맥주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광고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이 최근 선보인 '언박Sing(언박씽)' 콰삭칩편도 새로운 시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언박씽'은 새 상품을 개봉하고 리뷰하는 '언박싱(Unboxing)'과 노래하기를 뜻하는 '싱(Sing)'의 합성어다.
오리온 콰삭칩편은 특전사 출신 래퍼에게 과자 리뷰를 맡겼을 때 일어나는 일을 뮤직비디오 형태로 담았다.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에 참여해 화제가 된 특전사 출신 래퍼 '마블제이(본명 정태균)'가 출연한다.
언박씽은 제품을 리뷰하는 기존 영상들과 달리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선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제작됐다. 콰삭칩의 제품 특징을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담았다. 콰삭칩은 극세로 얇게 썬 감자를 튀겨낸 것으로, 모양이 일정한 형태가 아니다. 감자칩 모양에 대한 선입견을 바꾼 특성을 광고에도 녹여낸 것이다.
MZ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콘텐츠 기획·제작 단계에서 1990년대생들이 참여했고, 마블제이가 직접 가사를 쓰고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제품 특징을 메타포(은유)로 풀어낸 점도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포인트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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