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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이재명 겨냥 “현직 유지 경선 참여, 납득 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1 17:52

수정 2021.08.01 20:16

1일 지사직 사임 기자회견…“현직 프리미엄, 공직 윤리상 단 하나도 쓰면 안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8.01. [제주도 제공]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8.01. [제주도 제공]

■ 국힘 제주도당 “경선 승리 후 사퇴하는 것이 순리"…재고 요청

[제주=좌승훈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대선을 위해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사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 여러분과 약속했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정통 보수정당 개혁의 뿌리임을 자임하는 원 지사는 지사직을 벗고 당내 경선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내년 3월9일 대선을 앞두고 현직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원 지사가 처음이다.

원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만이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되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져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많이 망설이며 고뇌의 시간을 보냈지만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 제 모든 걸 쏟아 부어야 되겠다는 저의 절박함도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거듭 지사직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원 지사는 특히 “도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하는 것은 공직윤리 면에서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같은 광역지자체장이자 지사직을 유지한 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 지사는 "도정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제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는 일"이며 "대권 도전과정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단 하나도 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전 서귀포시 보목항 일대 해양보호구역에서 다이빙클럽 볼레낭개 다이버들과 수중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수중 플로깅은 수중에서 해양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2021.8.1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전 서귀포시 보목항 일대 해양보호구역에서 다이빙클럽 볼레낭개 다이버들과 수중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수중 플로깅은 수중에서 해양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2021.8.1 [제주도 제공]

현재 광역지자체장 중 대선 도전을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선 이는 원 지사와 이 지사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양승조 충남지사는 직을 유지한 채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예비 경선에서 탈락했다.

원 지사는 사퇴 후 당내 대선 경선에 집중할 예정이다.

원 지사는 이날이 주말인 관계로 2일 일과가 시작되는 대로 제주도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임통지서는 통상적으로 사직하고자 하는 날의 10일 전에 전달하도록 돼 있어 오는 12일 0시부터 구만섭 행정부지사 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원 지사와 함께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포함해 정무라인 별정직 공무원 8명도 사퇴한다.


한편 국민의힘 제주도당 장성철 위원장은 원 지사의 사퇴 발표와 관련해 “경선 승리 후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 제주 제2공항 사업 추진, 방향성 없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등을 고려할 때, 민선 도지사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1년 가까이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것은 제주도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도의회 구조를 놓고 볼 때 사실상 도정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원 지사께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한 지사직 사퇴를 재고하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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