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집값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낮은 금리 등이 집값 상승을 촉발시켰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대상국 40개국에서 올해 1·4분기 주택가격 상승률은 OECD 평균 연간 9.4%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4분기 실질 주택가격이 떨어진 국가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주택가격이 떨어진 국가 비중은 2000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다.
개별 국가들의 주택 통계를 보면 2·4분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됐다. 일례로 미국의 4월 주택가격은 거의 3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과 더불어 집값 상승세가 강하게 지속된 OECD 회원국이라고 FT는 지목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주택 열풍'의 신호가 보인다고 FT는 언급했다.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 제한조치 기간 동안 쌓인 예금,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대형 주택 선호현상이 집값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평가업체 스코프레이팅스의 마시아스 플레스너르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부족과 건설비용 상승도 집값 급등을 부추긴 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스코티아방크의 브렛 하우스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으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시장의 열기를 더 끌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보면 집값 상승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클라우디오 보리스 통화경제부 부장은 집값 상승에 주택 보유자들은 더 부자가 됐다고 느끼며 지출여력이 늘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다만, 집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 호황은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리스 부장은 경고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집값은 소득보다 더 빨리 오르면서 주택 보유는 더욱 힘들어졌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아담 슬레이터 리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OECD에서 주택은 장기적 추세와 비교해 10% 고평가됐고 1900년 이후 최대 호황 중 하나에 속한다.
한 전문가는 신용팽창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낮다는 점에서 2006~2007년의 거품만큼 커질 위험은 낮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들이 15년 전에 비해 집값 상승에 예민해져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탸 바브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주택 정책관련 위험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택가격 상승은 전세계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미국의 집값은 올해 상반기에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임대료도 고공행진중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는 미국의 주택 임대료 상승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고공행진중인 임대료를 내지 못해 향후 거리로 쫓겨날 위험에 처한 미국인 숫자는 최대 1500만명으로 추산됐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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