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도쿄올림픽]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女역도 무제한급 출전...'공정성 논란' 지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2 12:20

수정 2021.08.02 17:12

2일 오후 7시50분 도쿄국제포럼 경기장
韓이선미 등 14명 선수와 경쟁
성전환했다곤 하나 일반 女선수와 경쟁 공정하냐 논란
IOC 지지성명 발표하려다 반발에 무산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공표된 뉴질랜드의 로렐 허바드 선수가 지난 2018년 호주에서 열린 여자 역도 경기에 출전한 모습. 그는 이번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경기에도 참가했다. AP뉴시스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공표된 뉴질랜드의 로렐 허바드 선수가 지난 2018년 호주에서 열린 여자 역도 경기에 출전한 모습. 그는 이번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경기에도 참가했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뉴질랜드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2일 한국 이선미가 참가하는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무제한급(87㎏ 이상급)에 출전한다.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의 출전이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논란이 뜨겁다. 성전환을 했다고는 하나, 과거 남자 역도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의 신체조건을 갖춘 그가 다른 여자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맞느냐는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메달을 따면 논란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는 뉴질랜드 대표 로렐 허바드(43)다. 허바드는 이날 오후 7시50분 일본 도쿄 지요다구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릴 여자 역도 무제한급에서 한국, 미국, 중국 등 선수들과 겨루게 된다. 출전한 14명의 선수 중 개인 최고 기록상 3번째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지만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105㎏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했던 허바드는 2012년께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기록된 뉴질랜드 여자 역도 대표 로렐 허바드. 로이터 뉴스1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기록된 뉴질랜드 여자 역도 대표 로렐 허바드. 로이터 뉴스1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성전환 수술 2년 경과 등을 조건으로 성별을 바꾼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인정하는 규정을 정했다. 이후 2014년에는 올림픽 헌장을 개정해 성차별 뿐 아니라 성적 취향에 따른 차별 금지도 명시했다. 성전환 수술의 조건을 폐지하고, 여자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가 기준을 충족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스포츠의학연맹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일반 여성에 비해 스포츠 경기에서 유리하다고 증명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허바드는 2015년부터 여러 차례 호르몬 검사를 했고, 2016년 12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IOC와 국제역도연맹(IWF)이 제시한 수치 이하로 떨어지자 '여자 역도선수 자격'을 얻었다. 남자 선수로 활동할 때의 이름은 '개빈'이었다. 그는 여성으로 전환한 뒤, 여자 역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 뉴질랜드 국가대표 선수가 됐고, 그해 12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75kg(인상 124kg, 용상 151kg)로 2위를 기록했다. 세계역도선수권 사상 트랜스젠더의 첫 메달 획득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성명을 통해 "올림픽이 우리의 희망과 이상, 가치를 이야기는 국제적인 이벤트라는 걸 알게 됐다"며 "올림픽 출전을 위해 힘써 준 IOC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뉴질랜드 여자 역도 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로렐 허버드 선수(오른쪽)가 일본 도쿄 현지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31일 뉴질랜드 여자 역도 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로렐 허버드 선수(오른쪽)가 일본 도쿄 현지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그의 출전에 대해 벌써부터 찬반이 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남성대회에 출전했던 그가 '부당한 이점'을 가진 것이 아닌지 운동계와 여성스포츠계 등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출전 자격 취소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아직 트랜스젠더의 출전을 둘러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IOC는 지난 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트랜스젠더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 "합의 형성이 어렵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새로운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IOC는 도쿄올림픽 개막 전, 허바드의 올림픽 출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일부 경기 종목 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뉴질랜드 측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여러 논란을 의식, 세간의 시선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훈련지를 뉴칼레도니아로 옮기기도 했다.
허바드의 경우는 이미 트랜스 젠더라고 공표한 경우이고, 그렇지 않은 성소수자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최소 세자릿수는 참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성소수자 선수 관련 매체인 미국 아웃 스포츠를 인용, 최소 163명의 성소수자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고 전했다.
이는 런던 올림픽 23명,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56명을 넘어선 최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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