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모가에 투자자 외면
묻지마 청약·무조건 따상 사라져
경쟁률 7.8대 1… 증거금 5조원
SKIET의 9분의 1 수준 그쳐
묻지마 청약·무조건 따상 사라져
경쟁률 7.8대 1… 증거금 5조원
SKIET의 9분의 1 수준 그쳐
■청약증거금 5조원, 투자자 외면
3일 상장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7.79대 1로 최종 마감했다. 공모 주식 수는 259만6269주인 상황에서 청약 주식 수는 2022만3940주를 기록했다. 청약건수는 29만6539건이다.
증권사별로 경쟁률은 가장 많은 물량(95만5427주)을 확보한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9.50대 1로 나타났다. 배정물량 86만1961주를 확보한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은 6.71대 1이며 삼성증권(77만8881주)은 6.88대 1로 집계됐다.
전체 증거금은 5조358억원이 몰렸다. 앞서 IPO 대어로 불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43조8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33조9000억원)뿐 아니라 중복청약이 막힌 카카오뱅크(22조1000억원)에 비해 급감한 수준이다.
이날 30조원에 육박하는 청약자금을 모은 HK이노엔의 청약증거금이 환불되면서 크래프톤 공모청약에 뭉칫돈이 몰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청약증거금이 5조원에 그치면서 HK이노엔 환불 효과도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크래프톤의 흥행 참패는 높은 공모가에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엔 공모가와 비상장 주식 간의 갭이 적다는 것이다. 또 공모가 자체가 49만8000원으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청약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점도 경쟁률을 떨어뜨린 이유 중 하나다.
고평가 논란도 IPO 과정 내내 따라다녔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공모가를 책정하며 크래프톤의 PER을 45.2배로 잡았다. 이는 넥슨의 PER 12배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결국 상장 전 장외가격마저도 하락하면서 IPO 거품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장외주식 거래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기준가는 전 거래일보다 5000원 내린 53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공모가(49만8000원)와 비교하면 7.4% 높다. 지난 6월 15일 67만원을 찍고 이날까지 내림세를 이어왔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장 첫날 거래되는 가격과 유통물량에 따라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3·4분기 출시될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성과에 따라 주가와 실적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IPO기업들, 공모가 할인율 높일 듯
연이은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행진으로 IPO 열풍을 이끌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더 이상 '따상 신드롬'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몸값을 한껏 낮추면서 줄따상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증시 호황과 유동성, 공모주 열풍에 힘입어 기업들이 일제히 공모가를 높이면서 거품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 크래프톤 IPO로 기업들의 IPO전략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은 IPO를 앞두고 보수적으로 몸값을 산정했다. 롯데렌탈은 경쟁사인 SK렌터카, AJ네트웍스 주가가 세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얼마나 고평가됐는지를 토대로 기업가치(EV)를 산출한 뒤 순부채를 차감해 적정 시가총액(2조8500억원)을 계산했다. 여기서 24.07~39.52%를 할인해 공모 희망가액을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상장을 앞둔 기업이 이를 의식해 보수적 관점으로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