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인간 뇌 닮은 뉴로모픽 반도체 만들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5 13:00

수정 2021.08.05 13:00

KAIST 연구진, 실리콘 공정으로 8인치 웨이퍼 제작
뉴런·시냅스 닮은 트렌지스터로 집적도 3500배 높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양규·최성율 교수팀이 상용화된 CMOS 공정을 이용해 고집적 뉴로모픽 반도체를 8인치 웨이퍼로 만들었다.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양규·최성율 교수팀이 상용화된 CMOS 공정을 이용해 고집적 뉴로모픽 반도체를 8인치 웨이퍼로 만들었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인간 뇌를 닮은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뉴로모픽 반도체를 현재 기업에서 만드는 반도체처럼 실리콘 표준 공정을 이용해 8인치 웨이퍼로 만들었다. 이로써 뉴로모픽 시스템 상용화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양규·최성율 교수팀이 인간 뇌를 모방한 고집적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집적도를 3500배 이상 높여 비용 절감 등을 할 수 있다"며 "뉴로모픽 하드웨어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로모픽은 인간 뇌가 매우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는 20와트(W)에 불과하다는 것에 착안해 인공지능(AI) 기능을 하드웨어로 만든 방식이다.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뇌와 동일하게 일정 신호가 통합됐을 때 스파이크를 발생하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성을 기억하는 시냅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 회로를 기반으로 구성된 뉴런과 시냅스는 큰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집적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인간의 뇌가 약 1000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 시냅스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실제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IoT) 장치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집적도를 높여야 한다.

연구진은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반도체 기업이 사용하는 표준 실리콘 미세 공정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단일 트랜지스터로 생물학적 뉴런과 시냅스의 동작을 모방했다.

연구진이 만든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는 현재 양산되고 있는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용 트랜지스터와 같은 구조다. 이 트랜지스터는 메모리 기능과 논리 연산 뿐만 아니라 새로운 뉴로모픽 동작이 가능했다. 즉 기존 양산 트랜지스터에 새로운 동작원리를 적용해, 구조는 같으나 기능이 전혀 다른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를 만든 것이다.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는 마치 동전에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있는 것처럼, 뉴런 기능도 하고 시냅스 기능도 하는 야누스 구조가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진의 기술은 복잡한 디지털과 아날로그 회로를 기반으로 구성되던 뉴런을 단일 트랜지스터로 대체해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더 나아가 같은 구조의 시냅스와 함께 집적해 공정 단순화에 따른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기존 뉴런 회로 구성에 필요한 평면적이 2만1000 단위인 반면, 새로 개발된 뉴로모픽 트랜지스터는 6 단위 이하여서 집적도가 약 3500배 이상 높다.

연구진은 뉴로모픽 반도체를 이용해 글자 이미지나 얼굴 이미지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한준규 박사과정은 "상용화된 CMOS 공정을 이용해 뉴런, 시냅스, 그리고 부가적인 신호 처리 회로를 동일 웨이퍼 상에 동시에 집적해 뉴로모픽 반도체의 집적도를 개선했고, 이는 뉴로모픽 하드웨어의 상용화를 한 단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한준규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같은 학부 오정엽 박사과정이 제2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 8월 온라인판에 출판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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