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 감독 '기생충' '괴물' 언급
"장르혼합에 능숙한 한국영화 장점 활용"
"장르혼합에 능숙한 한국영화 장점 활용"
[파이낸셜뉴스] 4일 개봉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블 시리즈에 비해 폭발력이 떨어졌던 DC시네마틱유니버스의 또다른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흥미롭게도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DC시리즈를 살리는데 소환됐다. 워너브러더스가 혹평을 면치 못했던 2016년 동명 개봉작의 심폐소생을 건 감독에게 맡기면서 연출·각본·편집 전권을 위임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팀플레이가 불가능한 안티히어로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의 매력이 더 강해졌고, 실베스타 스탤론이 연기한 걸어 다니는 상어는 이번 영화의 신스틸러로 꼽힌다.
과격하고 무자비하지만 폭소를 자아내는 B급 유머에 흥을 돋우는 올드팝의 향연이 미덕.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슈퍼밴드2’의 크랙샷 공연을 볼 때처럼 신난다.
코믹북의 엄청난 팬이라고 밝힌 건 감독은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든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무슨 이야기를 하건 누구를 살리고 죽이건 완전한 자유를 준다니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마블과 DC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상당히 비슷하다”며 “다만 마블은 가족영화로 만들었고 이번 DC영화는 성인영화로 만들었다”고 비교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괴물’처럼 장르혼합에 능숙한 한국영화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마법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적용해 액션, 판타지, 미스터리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했다”고 말했다.
■ "할리퀸은 만화역사상 가장 대단한 캐릭터"
건 감독은 DC를 "슈퍼 빌런들의 보물창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연출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필이 됐던 부분은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사회부적응자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흥미로웠고, 슈퍼 히어로와 달리 그들이 자신을 구제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할리 퀸 캐릭터에 애정도 표했다. 그는 "할리 퀸은 내 생각에 만화 역사상 가장 대단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며 "9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인데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할리 퀸은 마고 로비가 가장 적절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마고 로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구제불능(?)의 악당으로 팀을 이뤄 기존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와 차별화된 매력을 뽐낸다. 건 감독 역시 전형적인 히어로보다 안티히어로를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소외되거나 타락한 인물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친 사람들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외된 인간상에 끌린다. 혼자서 튀거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고 짚었다.
"또 선한 사람도 많은 일을 겪다 보면 안티 히어로가 될 수도 있고, 안티 히어로 안에도 선함이라든지 다양한 면이 있을 수 있다. 할리 퀸 같은 경우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광기 속에서도 자신에 대해서 배워가고 성숙해간다. 자기 자신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이전과는 달리 선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정신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나, 캐릭터 간 균형감이 잘 잡혀있다.
75년 동안 쌓여온 슈퍼 빌런들의 보물창고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각 보물을 선별하고, 조합했을까?
그는 " 캐릭터에 스토리가 없다면 바로 제거했다"고 답했다. "모든 캐릭터는 영화에 들어간 이유가 있다. 쿨한 캐릭터도 있고, 무용해 보이고 웃겨 보이는 캐릭터도 있다. 히어로와 빌런 등의 그림을 설계하고 이들을 조합해서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선택한 캐릭터들은 서로 잘 어울려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슈퍼 빌런 중에서 가장 멍하고 느긋한 캐릭터도 찾아봤고 그래서 폴커도트맨이 선택됐다. 폴카도트맨은 최약체로 취급 받지만 그의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캐릭터들이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피스메이커도 제대로 활용하고 싶었다. 이 캐릭터가 나타나면서 균형을 이루는 다른 캐릭터가 필요했고 그 캐릭터를 물색하면서 동일한 능력을 가진 조금 다른 캐릭터를 찾게 됐고 그래서 블러드스포트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릭 플래그는? "릭 플래그는 이상적인 캐릭터인데 정부와 일하면서 피스메이커와 충돌하게 된다. 할리 퀸의 경우 기회주의적인 캐릭터인데 거기서 그들만의 시너지가 있다. 랫캐처2의 경우 따뜻한 감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악인이지만 살인자가 아니고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균형감을 이루고 서로가 영향을 주는 받는 것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는데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이들 캐릭터는 원작과 다른점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다. "피스메이커는 화가 났을 때 원작과 비슷하고, 블러드스포트는 코믹북과 굉장히 다르다. 할리 퀸과 아만다 월러, 릭 플래그는 코믹북과 비슷하다. 그 중에서 폴카도트맨이 가장 다른데, 이 캐릭터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로 원래 마초적인데 거기에서 파워를 바꾸고 비극적인 배경을 만들었고 랫캐처 2는 랫캐처의 딸로 만들었다. 킹 샤크 같은 경우는 인간과 상어의 하이브리드로 원작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가졌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멍청하게 만들어서 다른 점이 꽤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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