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성폭행 진범은 징역 2년6개월, 누명 쓴 아버지는 징역 6년..."이게 나라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6 10:14

수정 2021.08.06 10:14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 뉴시스 제공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성폭행 누명을 쓴 아버지가 진범 보다 더 센 형벌을 받게 된다면, 딸의 마음은 어떨까. 그 마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따르면 '경찰과 검사의 대충하는 수사로 한 가장을 1년 가까이 감옥살이 시켰으나, 사과 한 마디 못 받고 있습니다'라는 청원이 지난 달 올라왔다.

사건은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원 게시자의 아버지 A씨는 윗집에 살던 지적장애 미성년자 B양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B양과 함께 사는 고모와 고모부였다. A씨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던 A씨의 딸이 직접 발로 뛰며 증거를 찾아냈다. 사건 장소로 지목된 모텔의 CCTV를 확보했고, B양에게서 A씨는 결백하다는 자백도 받아냈다.


진범이 밝혀진 후 더 놀라운 사실도 드러났다. B양의 고모는 범인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조카에게 “A씨에게 당한 거라고 말하라”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고모부는 이후 조카 성폭행에 A씨에 대한 무고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늦게나마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진범은) 반성하고 자백해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저희 아버지는 뻔뻔하게 거짓말한다고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이게 나라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수사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다수 드러났다. 모텔 CCTV에는 고모부가 B양을 데리고 가는 모습이 남아 있었는데, 경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로만 조사했다.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지목된 시간에 A씨는 직장에 있었다며 출퇴근을 했다는 CCTV와 하이패스 등을 조사해보라고 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고 A씨의 딸은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정권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수사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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