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줄고 상가 임대 안돼" 시골 버스터미널 경영난(종합)

교통여건 변하고 코로나 겹쳐 탑승객 70% 급감 전남서 강진·구례 등 9곳 민간사업자 운영 포기 영암군, 9일부터 시설 임대해 직영체제로 전환

[영암=뉴시스] 박상수 기자 = 7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시외버스터미널이 주말에도 불구하고 이용객 감소 등으로 썰렁하다. 2021.08.08. [e-mail]

[영암=뉴시스] 박상수 기자 = "영암읍 동무리 농협 옆에서 20여 년전 이 곳으로 확장·이전할 때만해도 좋았지요. 지금은 옛날 말입니다."

7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여객자동차터미널은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택시 승강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가 줄을 서 있다.

대합실 내부는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승객 몇명만 냉방장치가 가동하는 대기실에서 앉아 있고, 일부 매장에는 임대자를 찾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영암의 관문이자 지역주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시외버스터미널이 9일부터 영암군의 직영체제로 전환된다. 민간사업자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을 신청하면서 영암군에서 시설을 임대해 직접 운영하게 됐다.

이처럼 민간사업자의 부도나 운영 포기로 지자체가 터미널을 임대·운영하는 사례는 전남에서만 구례, 고흥, 장성 등 9개소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근 강진군에서도 버스터미널 운영업체가 부도처리되면서 2018년부터 군에서 시설을 임대해 직영·운영하고 있으며, 광양과 함평은 2곳의 터미널을 직영하고 있다.

[영암=뉴시스] 박상수 기자 = 7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용객 감소로 교통편도 크게 줄어 한가하다. 2021.08.08. [e-mail]

영암버스터미널은 지난 1997년 현재의 영암읍 남풍리로 확장·이전할 때만해도 지역의 관문이자 전남 서남부권 중간기착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 등 교통여건이 변하면서 이용객이 급감했다. 지역주민들의 만남의 장소 등으로 각광받던 시외버스터미널의 영광은 옛 말이 되고 말았다.

특히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의 경영난은 가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암버스터미널에서 시외를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객은 코로나 이전 하루 평균 470여 명이었으나 이후 140여 명으로 70%가 줄어들었다. 교통편도 하루 72회에서 현재는 45회로 감소했다.

이용객 감소는 매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등의 경영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현재 전체 상가 21개소 중 공실률은 절반에 가까운 43%에 이르고 있다.

수입이 바닥을 치면서 민간사업자는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신청했고, 영암군은 지난 3일 최종 폐업을 수리했다.

또 터미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5명 고용한데 이어 노후화된 대합실과 화장실 등 대청소를 실시하고, 주차장 플랫폼과 차선 도색, 이정표와 안내판 교체 등 환경을 재정비했다.

영암버스터미널은 서울과 나주, 광주는 물론 해남, 장흥, 완도 등을 오가는 고속·직행버스와 함께 지역 내를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이용하고 있다.

이용객 수가 줄었다고 시외버스터미널의 문을 닫을 수 없는 영암군은 운영업체 측과 1년 임대계약을 하고 직영체제로 전환했지만 고민은 깊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8일 "시외버스터미널은 지역을 찾는 외지인과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이용객 수가 적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다"면서 "조만간 용역을 통해 터미널 임대 혹은 신축 등의 장기적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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