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이 공연] 국립오페라단 '나부코' 恨의 정서 담았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9 14:58

수정 2021.08.09 14:58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잔인한 조국의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부르자. 인내의 힘을 주는 노래로 신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로 손꼽히는 베르디의 '나부코'가 전막 오페라로 16년만에 다시 돌아온다. 국립오페라단은 12~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나부코'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전막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나부코'는 오페라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르디가 슬럼프를 넘어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 작품으로 기원전 6세기 히브리인들의 '바빌론 유수' 사건을 다룬 웅장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인인 베르디는 이 작품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았던 북이탈리아의 독립의 염원을 담았는데, 국립오페라단은 이런 점이 광복절 주간에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작품의 대표곡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억압과 참담함 속에서도 희망찬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백미다.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나부코' 공연을 위해 '파격의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와 다시 손을 잡았다. 포다는 이번 공연에서 한복의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무늬를 전체적으로 세밀하게 수놓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의상 디자인을 비롯해 역사적 고증을 배제한 채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미니멀한 무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상징물,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텍스트로 조형화한 무대 배경 등을 설정해 관객의 극적인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포다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우애와 결속을 다지는 이들의 '한'이라는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나부코' /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오페라에서 스스로를 신으로 칭하는 불패의 권력자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 역은 대한민국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과 독일 오페라 무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바리톤 정승기가 맡는다.
거부당한 사랑에 좌절하며 출생의 비밀에 대한 열등감을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분출하는 복합적인 캐릭터 아비가일레 역은 소프라노 문수진과 박현주가 맡는다. 선의 의지를 대변하는 페네나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최승현이 분한다.
또한 적국의 공주와 사랑에 빠진 이즈마엘레 역의 테너 정의근과 박성규, 신앙심 깊은 대제사장 자카리아 역의 베이스 박준혁과 최웅조, 안나 역의 소프라노 최세정과 임은송, 압달로 역의 테너 김지민과 바알의 대제사장 역의 박경태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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