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오는 10일 오전 9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는 49만8000원으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이다.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 시총 17조98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10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에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합치하는 가격으로 시초가가 정해진다. 이 시초가를 기준으로 장중 상하 30%의 가격 제한폭이 적용된다.
크래프톤이 시초가 2배 상승인 99만600원에 당일 상한가(30%)를 기록(일명 ‘따상’)할 경우 주당 129만4800원까지 오른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63조3131억원으로 단숨에 국내 5위로 올라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다음 순위다.
다만 크래프톤은 그동안 고평가 논란 속에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도 시장 반응이 시원찮았던 만큼 ‘따상’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IPO 시장 역시 거품 논란으로 인해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종목 중 '따상'에 성공한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다. 상장 초기에 주가가 부진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기점으로 대형 공모주는 무조건 '따상'에 성공한다는 '불패 신화'도 깨진 분위기다.
특히 크래프톤은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으로 IPO 대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 7.8대 1수준을 기록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상장한 'IPO대어'들은 SKIET 288.2대 1, SK바이오사이언스 335.4대 1, 카카오뱅크 182대 1, HK이노엔 388.9대 1 등을 기록했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이 많은 점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크래프톤은 상장 주식 4889만8070주 중 최대주주 보유분, 기관 의무보유 확약분,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등을 제외한 1909만3426주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다. 상장일 유통 주식 비율은 39.05%로 카카오뱅크(22.6%), SKIET(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 등과 비교해 훨씬 높다.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44.91%로 다른 대형 공모주보다 낮다.
다만 최근 상장한 IPO 대어들의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이 좋았다는 점은 크래프톤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크래프톤과 함께 '고평가 논란'을 겪은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두배에는 실패했지만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둘째 날에도 12%대 강세를 기록하며 국내 시가총액 9위에 올랐다. 이날 상장한 HK이노엔도 공모가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주관사 측에서는 수요예측에 블랙록, GIC(싱가포르투자청), 골드만삭스, 노르웨이중앙은행 등 해외 주요 투자자와 국내 20위권 대형 자산운용사 등 장기투자 성향이 뚜렷한 곳이 참여해 투자자들의 질이 높다는 평가다. 상장 직후 유통물량은 많지만 실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적어 수급에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메리츠증권도 크래프톤의 적정 주가를 72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모가 상단인 55만7000원 기준 29%의 상승 여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게임의 역사를 바꾼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생존게임으로 100명 중 1인이 살아남는 경쟁 콘텐츠”라며 “지난해 기준 펍지 모바일의 글로벌 매출액은 26억달러로 중국을 제외한 1위, 게임 역사상 중국과 미국에서 히트한 유일한 IP”라고 진단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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