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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바이든 시대의 美中갈등 대비하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9 18:38

수정 2021.08.09 18:38

[fn시평] 바이든 시대의 美中갈등 대비하자
한국 기업들에 대한 국제정치 이슈의 파장 확대가 우려된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화상회의에 초대해 반도체 투자 확대와 관련한 역할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미국 의회와 인권단체들이 현대차, SK 등 국내 기업들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원 금지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되돌아보면 지난 2016년 사드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몇몇 국내기업이 크게 피해를 본 적도 있다.

기업에 대한 국제정쟁의 물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반도체와 통신장비 기업들을 제재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이건 행정부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도 두 차례의 미일반도체협정을 통해 히타치와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사업을 회생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슈퍼 301조를 동원해 NEC 등 OS기업을 제압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우리 기업이 직면하는 부담은 지난 수년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나 1980년대 일본 산업에 대한 공격에 비할 바는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은 패권전쟁의 일환이었고, 해당국 경제와 기업을 정조준한 것이었다. 반면 우리 기업에 대한 압박은 미·중 긴장관계의 여파 혹은 유탄에 해당한다. 문제는 유탄이라고 해서 그 영향을 가벼이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먼저 앞서 본 사례들처럼 미국 혹은 중국의 이익과 충돌한다고 인식될 경우 우리 기업에 직간접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과거의 포괄적 압박과 달리 앞으로는 더 미시적으로 산업과 기업에 대한 압박이 주를 이룰 것이다. 기업의 글로벌화로 산업별 밸류체인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거시금융 조치보다는 핀셋으로 콕 집어 특정 기업이나 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실효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나 배터리,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핵심기술산업에서 양강의 갈등과 경쟁의 와중에 예기치 못했던 파도가 몰려올 수 있다. 상황의 악화 정도에 따라 한중 혹은 한미 무역관계를 직접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 이미 진행 중인 글로벌화 후퇴의 가속도 간과할 수 없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글로벌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한국에 이는 커다란 타격이다. 글로벌화 후퇴에 따른 세계경제의 성장세 하락이라는 부(負)의 소득효과 크기가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우리 경제에 생기는 반사이익이라는 정(正)의 대체효과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과 경기회복에 관련 급한 불이 꺼지면 첨단기술과 인권, 외교를 둘러싸고 양강 간 긴장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이기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산업정책이 만연하고 있다. 국제이슈의 파장에 대한 대응에 따라 한국 기업이 부분적으로 수혜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기업과 산업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먼저 통상정책 관련 기본원칙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아닌 '미국+동맹국'과 '중국+동맹국' 간 대결로서 숨을 공간이 없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 소부장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들의 부상이 필요하다.
기존 대기업들이 국제정쟁의 타깃이 될 가능성을 완화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수요기반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가능성을 줄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신민영 한국M&A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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