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30대 엄마가 남친과 외박할 때, 방치된 3살 딸은 세상을 떠났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07:50

수정 2021.08.10 08:29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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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3세 여아'라는 단어는 2021년에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쓸쓸히 세상을 떠난 아이들'로 기억될 것 같다.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에 이어,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아직 아이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집에 혼자 방치됐다가 숨진 A씨(32·여)의 딸 B양(3) 시신을 부검한 뒤 "골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외상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또 "사망 추정 시점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고온으로 인한 사망 여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내에 대변이 있지만, 완전히 굶었다고 볼 수는 없고 사망 직전에 하루 정도 굶은 것 같다"는 의견도 밝혔다.

국과수는 B양 시신에서 외부 손상의 흔적을 찾진 못했으나 과거에 골절상을 입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단층 촬영(CT) 검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유기방임 혐의로 B양의 친모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최근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딸 B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외박을 했다가 귀가한 뒤 숨진 딸을 발견했다.

당시 그는 B양만 혼자 집에 둔 채 하루나 이틀 정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사망한 B양을 보고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재차 집을 나왔다.

그는 경찰에서 "딸이 사망해 무서웠다"며 "안방에 엎드린 상태로 숨진 딸 시신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집에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양 시신을 방치한 채 자택에서 나온 뒤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 동안 숨어 지냈으며 남자친구에게는 딸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방치된 딸의 시신이 있는 집에 이달 7일 다시 들어갔고, 당일 오후 3시 40분께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부패한 시신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말했다.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10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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